조종국 <씨네21> 편집위원 부산시와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의 갈등이 최고조에 다다랐다. 불씨였던 <다이빙벨> 상영을 둘러싼 공방이 이용관 집행위원장에 대한 사퇴 종용, 감사원 감사에 이은 검찰 고발, 이용관 집행위원장 해촉 기정사실화로 이어지면서 불화는 점점 더 깊어졌다. 햇수로 무려 3년째다. 지겹다고, 피곤하다고 투덜거리고 말 일이 아니다. 맨바닥에서 시작해서 십수년간 공들여 쌓아온 명성에 흠이 가고, 고이 다듬어온 명예가 부지불식간에 오염된 안타까운 시간이다. 여러 상황을 보면 머지않아 어떤 식으로든 결판은 날 것 같다. 명료하게 해결이 되거나 어정쩡하게 봉합이 되거나 지금의 갈등을 그대로 안고 평행선을 달리거나 이도저도 아니면 파국이거나…. 어쨌거나 이 고비를 넘기고 나면 부산영화제는 ‘신인도’를 복구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 관객과 부산시민을 비롯한 온 국민에게 신뢰를 복원하고, 국내외 영화계와 네트워크를 정비하는 일에 혼신의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이보다 급선무가 있다. 부산영화제의 주인을 명확하게 정리하는 일이다. 지금 부산영화제의 주인은 사실상 부산시다. ‘사단법인 부산국제영화제조직위원회’의 이사장 격인 조직위원장이 부산시장이다. 정관에 부산시장이 당연직 조직위원장이라고 명기되어 있기 때문이다. 부산영화제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는 부산시장인 것이다. 게다가 수십억원의 예산까지 주는데(예산이 시민의 세금이니 어쩌니 하는 말은 별 의미가 없다. 공무원들은 자기 돈 주는 걸로 착각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주인이 영화 한편 빼라 마라 하는 건 사소한 업무이며 집행위원장을 ‘자르거나 꽂는’ 것도 당연히 시장의 권한이라고 생각한다. 부산영화제 ‘사태’의 뿌리는 바로 여기에 있다. 관건은 부산시로부터의 독립이다. 해법은 간단하다. 정관을 바꿔서 부산영화제를 부산시민, 영화인, 국민에게 돌려주면 된다. 사단법인은 민법에서 정한 조건을 갖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운영할 수 있는 민간자율기구이다. 부산영화제 정관에는 ‘총회는 조직위원회 최고의 의결기구이다’라고 되어 있다. 뭐든 중요한 일은 다 총회에서 결정하라는 것이다. 지금처럼 부산시장이 당연직으로 조직위원장이 되어서 이래라저래라하는 것은 민법과 정관의 취지에도 맞지 않다. 민법과 정관에 따라 총회를 열어 조직위원장을 총회에서 선출하는 것으로 정관을 바꾸면 된다. 민법과 정관에 따르면 ‘정관은 총사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있는 때’ 변경할 수 있다. 게다가 재적 회원 1/3 이상의 동의를 받아 조직위원장(부산시장)에게 임시총회 소집을 요구할 수 있으며, 조직위원장이 응하지 않을 경우 정관에 정한 절차에 따라 독자적으로 임시총회를 열어 다수 회원의 뜻에 따라 운영방안을 결정할 수 있다. 부산영화제, 독립해라, 법대로 하면 된다! 예산은 그다음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