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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주의 TVIEW] 거참, 2% 부족하다니까

<치즈 인 더 트랩>

“대체 그 선배가 왜 나를….” 이렇게 시작한 대화의 대부분은 “너 좋아하는 거 아냐?”로 이어진다. 의문에 사로잡힌 이가 일방적으로 편집하고 확대한 단서로 사실관계를 추론하기엔 한계가 있고, 여기엔 가장 확률이 높고 무난한 대꾸가 준비되어 있는 것이다. 웹툰 <치즈 인 더 트랩>의 주인공 홍설과 친구 모나의 대화도 그랬다. 자신을 싫어하는 게 분명했던 유정 선배가 갑자기 밥을 먹자고 따라다니는 까닭을 몰라 머리를 쥐어뜯는 홍설에게 같은 소리를 하던 모나는 결국 “아 그런 거 알게 뭐야”로 일축한다. 모나가 무심해서가 아니다. ‘왜’를 궁금해하는 것은 다만 너의 관심사라고 한정하는 타인이고, 덕분에 신경 쓰이는 누군가를 관찰하는 예민한 나, 누군가로 인해 당황하는 나에 대한 서술이 끝도 없이 반복되는 홍설의 세계는 일기장을 벗어나 상호적인 관계로 보정된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tvN 드라마는 홍설(김고은)과 유정(박해진)이 사귀게 되는 시기를 앞당긴다. 사귀면서 경험하는 어긋남과 어색한 순간에는 두 사람의 닮은 점과 다른 점, 문제적 성격들이 드러난다. 이로 인한 트러블이나 누군가가 의도와 목적을 감춘 탓에 빚어지는 서스펜스를 에둘러가지 않는 대화로 훌쩍 뛰어넘는 상쾌함은 드라마의 장점이다. 하지만 경영학과 학생 대부분을 홍설과 유정 주변에서 이익과 편의를 취하기 위해 인성을 버리는 무리로 만든 원작의 편향은 드라마에 와서 이상한 방식으로 보정된다. 과비 횡령과 수강신청 조작으로 피해를 끼친 김상철(문지윤)에게 밥에 참치캔을 비벼 먹다 전화를 받고 고향집 어머니의 걱정을 허풍으로 넘기는 장면을 덧붙이는 것이 그렇다. 원작의 세계는 다시 한번 흐릿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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