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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주의 TVIEW] 반려인 맞춤 프로그램

<마리와 나>

일요일 아침 TV를 보다 눈물을 줄줄 흘린다면, 아마도 SBS <TV동물농장> 때문일 테다. 안타까운 사연이나 심하게 다친 동물의 기적 같은 재활에 감격하지만, 이를 돕는 여러 사람들의 인내와 애정, 책임감이 감정을 고양시키기도 한다. 반대로 방치되거나 유기된 동물의 사연에도 가엾고 안타까운 마음 외에 인간을 향한 분노와 혐오를 함께 느낀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일수록 배후의 인간에게서 감지되는 덕목이나 윤리에 더 예민하고 엄격해진다. 동물 예능 프로그램의 제작진 또한 출연자 무리에 단기 임대 동물이 투입되는 형식의 문제점을 고민하지 않고서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KBS <해피선데이-1박2일>의 ‘상근이’가 ‘국민견’으로 인기를 끈 이래 같은 종의 유기견 증가가 문제가 되었던 것처럼, 동물과 함께하는 삶의 일부만 전시하거나 특정 종에 대한 선망을 부추기는 예능은 더이상 고운 눈으로 보기 어렵다.

JTBC <마리와 나> 역시 강호동식 호형호제 예능에 동물로 양념을 치는 <1박2일>의 재탕이 아닐까 우려했었다. 뜻밖에 가장 편안한 마음으로 시청하는 동물 예능이 된 까닭은 우선 동물의 일상과 건강을 돌볼 의무가 있는 반려인의 존재가 확실하고, 출연자들에겐 동물과 함께 책임을 위탁하는 무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큰 목소리로 밀어붙이는 평소 스타일이 전혀 통하지 않는 작은 동물과 어울리는 강호동의 신선한 모습과 함께 해당 동물을 장기 출연시켜 캐릭터화하는 편이 시청률에 도움이 되겠지만, 하룻밤 위탁이 끝나면 동물은 제 집으로 돌아간다. 사랑하는 동물을 마음 놓고 맡길 수 있는 곳(이자 SNS처럼 널리 자랑할 수 있는 기회)을 필요로 하는 반려인 맞춤 프로그램으로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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