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조종국 <씨네21> 편집위원
과연 영화도시답게 부산에는 ‘영화의전당’이라는 명물이 있다. 자그마치 1680억원짜리다. 무시로 근처를 오가며 지내는 부산 시민들이야 무덤덤하겠지만 어쩌다 영화의전당을 구경한 타지 사람들은 혀를 내두른다. 웅장한 규모에 먼저 놀라고 밤이면 점멸하는 빅루프의 LED 문양도 구경거리라며 신기해한다. 말로만 들은 이들은 영화의전당 건물 안팎에 온통 영화 캐릭터가 새겨져 있고 사시사철 영화 관련 행사가 끊이지 않을 거라 생각하며, 영화에서나 보던 유명 배우를 어렵지 않게 만나 인증사진도 찍을 수 있으리라는 부푼 기대감을 감추지 않는다. 게다가 하나같이 ‘영화의전당은 곧 부산국제영화제의 물리적 실체’라고 여긴다.
알려진 대로 영화의전당은 부산국제영화제 전용관이다. 명목은 그렇지만 실상은 전혀 딴판이다. 영화의전당 주인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아니고 ‘재단법인 영화의전당’이다. 재단법인의 이사장이 부산시장이니, 부산시가 주인이다. 법적•행정적 소유권 유무를 따지자는 게 아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의전당 상영관 운영이나 공간 사용에 대한 아무런 권한도 없는 세입자에 불과하다. 영화제가 열리는 열흘 남짓 상영관 4개와 야외극장을 빌려서 사용하고, 영화의전당 건물 한쪽에서 사무국이 더부살이를 한다.
사실 영화의전당은 개관할 때부터 계륵 같은 신세였다. 해마다 부산시가 수십억원의 운영예산을 들이는데 수십억원의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니 난감했던 것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전용관’이라는 명목은 슬그머니 뒷전으로 밀리고 대형 공연장을 운영하는 데 급급한 꼴이 되고 말았다. 흥행 오락영화 상영은 물론 트로트 공연에 온갖 이벤트까지 마다하지 않았고, 야외극장이 여름에는 물놀이장으로 겨울에는 썰매장으로 변신하기도 했다. 그나마 독보적인 ‘시네마테크’ 프로그램과 몇몇 기획 상영 외에는 영화의전당이라는 이름이나 ‘부산국제영화제 전용관’이라는 명목에 부합하는 운영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난해 11월, 옛 삼성영상사업단 출신으로 강제규필름 대표, MK픽쳐스 사장 등을 지낸 최진화씨가 영화의전당 새 대표로 취임했다. 최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운영 활성화와 경영수지 개선’에 주력하겠다고 했다. ‘운영 활성화’는 동원 관객수를 늘리겠다는 것이고, ‘경영수지 개선’은 적자를 줄이겠다는 말이다. 온갖 공연과 이벤트로 관객이 좀 늘고 적자폭이 줄어들면 영화의전당은 제 모습을 찾을까? 천만의 말씀, 실마리는 ‘부산국제영화제 전용관’으로서의 본령을 회복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