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한 집은 천장이 너무 낮아 숨이 막혔다. 옆집과 맞닿은 벽이 합판처럼 텅텅 울리는 걸 발견했을 땐 계약기간이고 뭐고 바로 뛰쳐나가고 싶었다. 매일 밤 인터넷으로 원룸 매물을 검색하고 원룸 생활자들의 카페에 가입해 이런저런 하소연을 읽고 내린 결론은, 이런 집은 흔하고 모든 집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집이라고도 할 수 없는, 간신히 방인 공간. 예전 같았으면 질색했을 요란한 패브릭을 걸고 방을 점령하는 것이 어느새 나의 힐링 인테리어가 되었다. 6평에서 8평 사이의 원룸을 2년 단위로 옮겨 다니는 사람들. 빨래건조대와 육중한 행거가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 공간을 찾아 카페로 나가는 이들에게 중견 연예인의 전원주택 인테리어 프로그램은 아무런 흥밋거리가 되지 못한다. 그리고 최근 새로 시작한 방 꾸미기 예능인 JTBC <헌집줄게 새집다오>는 이 간격을 메운다.
의뢰인의 방을 고스란히 스튜디오 세트로 옮겨 인테리어 배틀을 벌이는 포맷은 자사 예능 프로그램인 <냉장고를 부탁해>와 유사한데, 좁은 방에 널린 짐이나 거기 사는 사람의 완고한 취미와 취향을 어떻게든 반영하려는 안간힘이 꽤 현실적이다. 악취미의 전시장 같은 결과물이 등장할 때도 있지만 세트에서 벌이는 게임이라 용인이 된다.
유니언 잭 러그나 궁상맞은 리폼 등 집을 꾸미기로 결심하고 쇼핑몰이나 셀프 인테리어 블로그를 기웃거려본 사람이라면 웃음을 터뜨릴 법한 디테일도 충실하다. 김애란의 단편소설 속 한 구절을 빌려오자면 “정착의 느낌을 재생 반복하기 위해 자꾸 이것저것을 사들이고 집을 꾸미기 시작”한 사람들의 오락거리로 꽤 괜찮은 프로그램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