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최현용 한국영화산업전략센터 소장
2015년 11월에 열린 콘텐츠 가치평가 제도 활성화 방안 마련을 위한 전략 세미나.
2016년부터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콘텐츠가치평가센터(이하 센터)를 운영한다. 콘텐츠 가치평가를 하겠다는 얘기이다. <씨네21> 1033호 국내뉴스 ‘제 점수는요…’에서 다룬 바 있다. 이 사업의 핵심은 간단하다. 금융권으로부터 투자 또는 대출을 받기가 어려운 콘텐츠기업이나 프로젝트에 대해 점수를 매겨 대출을 좀더 쉽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점수를 매기는 게 센터의 역할이다. 문제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 다 좋다 치자. 만들어지지도 않은 콘텐츠에 대한 가치를 평가하고 점수로 수치화한다는 것이 얼마나 가능한 일인지와 같은 문제제기 따위는 하지 말자. 자. 이렇게 질문해보자. 콘텐츠 프로젝트에 제1금융권이 대출이나 투자를 얼마나 쉽게 해줄까? 담보 없이 가치평가 점수만 좋으면 대출이 되나? 정말 대출이 될까?
탁정삼 콘텐츠진흥원 콘텐츠가치평가TF팀장은 “정부 주도로 체계적인 콘텐츠 가치평가 기준을 개발해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아시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며 “이번 제도의 도입은 국정 과제인 창조경제의 성장 동력인 콘텐츠 업계의 진흥에 큰 도움이 될 것”(<연합>)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어디에도 대출이 얼마나 추가적으로 발생될지에 대한 정량적인 기대가 없다. 존재하지도 않는 콘텐츠에 대해서는 신뢰도 검증이 꾸준히 진행된 정량적인 평가모형과 지표를 통해 점수를 잘도 내겠다면서, 대출이 얼마나 잘될지에 대해서는 왜 일언반구도 없을까.
정부가 잘난 콘텐츠 가치평가를 한다면, 굳이 투자조합들이 투자심사위원회를 운영할 필요가 있을까? 은행이 콘텐츠 대출을 꺼리는 이유가 점수 때문인가? 세계 어느 곳에서도 담보 없이 대출받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가치평가란 사업이 의미 있으려면 완성보증이란 담보물을 동일한 주체가 제공해야 한다. 평가된 콘텐츠에 대해서 해당 점수만큼 해당 기관이 완성보증을 하면, 은행은 해당 완성보증을 담보로 대출할 것이다. 하지만 정작 2016년엔 시범사업이라며 완성보증 담보가 없다. 콘텐츠 가치평가 연계 문화산업펀드를 조성할 예정이라는 말이 있는 걸 보면, 문제가 무엇인지는 안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이미 펀드들이 ‘가치평가=투자심사’를 하고 있는 마당이고 보면, 동어반복에 불과한 얘기이다. 이런 식이라면, 콘텐츠 프로젝트들은 투자나 대출을 받기 위해 콘텐츠진흥원이라는 시어머니를 하나 더 모셔야 하는 것밖에 달라진 게 없다고 할 수 있겠다. 아마 이것 또한 아시아에서 유일한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