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칼럼 > TView
[김호상의 TVIEW] 남자들만을 위한 방송

<수컷의 방을 사수하라-수방사>

SNS상에 흔히 나오는 하소연들이 있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라고 하고, 대학 가면 직장 구해야 하고, 취직에 성공하면 결혼에 대한 사회적 압박이 기다린다. 결혼하고 나면 애는, 그리고 둘째는…,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쇄말적인 관심과 질문들이 이어진다. 여자든 남자든 결혼 후에 자신의 취미와 가정생활을 양립하긴 어렵다. 프라모델 조립을 좋아하던 소년, 만화를 장르별로 사서 방 한구석을 채워나가던 소녀가 가정을 이루면 그들의 취미는 꿈속의 또 꿈이 된다. 이들 중에서 철저히 남자에게만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 있다. XTM에서 방송 중인 <수컷의 방을 사수하라-수방사>가 그것이다. 정상훈, 김준현, 홍진호로 이루어진 특수 정예요원이 의뢰를 받고 출동한다. 그리고 의뢰인에게 계약서를 받는데, 무려 ‘집 포기 계약서’이다.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집을 개조하든 간에 받아들이겠다는 뜻이다. 그리고 아내가 집을 비운 사이, 의뢰는 특수하고 비밀스런 방식으로 실행되어진다. 가족들의 공간이었던 거실이 노래방이 되고, RC카가 다닐 수 있는 레이싱장이 되고, 당구장이 되고, 장인어른의 눈앞에서 라면과 간식이 갖춰진 만화방이 된다. 그리고 의뢰자에게도, 지켜보는 시청자에게도 가장 쫄깃한 순간은 아무것도 모르는 아내가 등장했을 때다. 갑자기 낚시터로 바뀌어버린 거실을 본 아내의 반응은, 어떤 몰래카메라보다 ‘남자들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순간이 된다. 남자들만 취미가 있고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이 프로그램을 보는 관점은 철저한 남자 시청자를 타깃으로 한다는 채널 세그멘테이션 전략에 덧붙여서, ‘수컷’이라는 직접적인 단어를 제목에 사용함으로써 그 존재 이유를 명확히 하고 있는 부분일 것이다.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