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조종국 <씨네21> 편집위원
부산시가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해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초청을 취소하라는 부산시장의 요구에 맞서 상영을 강행하면서 촉발된 갈등이 결국 파국을 맞은 것이다. 부산시가 이용관 집행위원장에게 사퇴를 종용한 사실이 처음 알려졌을 때 이미 예상했던 일이지만 막상 현실이 되자 모두 적잖게 놀라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설마설마했던, 최악의 상황이다.
부산시는 다른 배경이나 속셈은 전혀 없고 감사 결과 협찬금 중개수수료 지급에 문제가 있으니 고발하라는 감사원의 통보에 따른 조치라고 했다. <다이빙벨> 상영에 따른 보복이나 ‘이용관 몰아내기’는 전혀 아니라고 덧붙였다. 소가 웃을 일이다. 부산시의 고발 사실이 알려지자 부산영화제는 강경한 입장을 내놓았다. ‘부산시의 이번 고발조치는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상영에 따른 명백한 보복’이라고 규정하고, 감사 결과에 대한 적극적인 해명과 함께 부산시의 고발조치에 정면으로 맞섰다. 부산영화제가 부산시의 공세에 ‘<다이빙벨> 상영에 따른 보복’이라고 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만시지탄이다.
부산영화제는 그동안 부산시의 ‘이용관 몰아내기’를 위한 파상 공세에 한번도 ‘보복’이라고 되받지 않았다. <다이빙벨> 논란만으로도 이미 영화제의 권위를 가늠하는 잣대인 초청작 선정에 적지 않은 흠집이 났고, 부산시의 ‘부적절한 행태’로 인해 그동안 쌓아온 명성이 훼손되는 것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었다. 생뚱맞은 인사를 부위원장으로 앉히라는 부산시장의 요구를 들어주고, 공동집행위원장 체제를 수용한 것도 제20회 영화제를 무리 없이 치르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던 것이다. 10월 영화제가 끝나자 부산시는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칼을 빼들었다. 지난 9월 감사원이 내놓은 감사 결과를 들고 이용관 집행위원장에게 ‘물러난다면 고발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취지로 여러 차례 직간접적인 압력을 가해왔’지만 ‘보복을 위한 표적감사 결과여서 수용할 수 없다며 사퇴를 거부’하자 고발을 실행한 것이다. 부산영화제는 물론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 한국영화계를 아우르는 영화단체연대회의 등에서 강력 반발하자 부산시는 ‘부산영화제를 고발한 것이 아니라 이용관 개인을 고발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으며 막장으로 내닫고 있다. 처음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사퇴 종용을 받았을 당시, ‘보복’임을 천명하고 공세적으로 정면 돌파하지 않은 패착의 여파가 이렇게 가혹하다. 안타까운 일이다.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말고 버텨서 뒤집기 한판으로 만회하는 수밖에 다른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