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감독 피터 패럴리, 바비 패럴리 출연 빌 머레이, 크리스 록, 로렌스 피시번, 몰리 샤논, 엘레나 프랭클린 장르 코미디애니메이션 (워너)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의 감독 패럴리 형제의 유머는 주로 ‘몸’에 얽힌 난처함이나 역설에서 비롯된다. 지저분하고, 엽기적인 배설물에 얽힌 농담들. <오스모시스 존스>도 다르지 않다. 차이는 인간의 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 출렁거리는 위액, 벌겋게 타오르는 염증, 홍수처럼 밀어닥치는 콧물 등이 배경화면으로 펼쳐진다. ‘역겨운 광경’이기는 하지만 패럴리 형제도 이미 주류에 진입한 지 오래라, 그걸 애니메이션으로 처리한다. 몸 속의 세포들을 의인화해서 기상천외한 드라마를 전개시킨다.
동물원에서 일하는 프랭크(빌 머레이)는 식생활이 엉망진창이고, 운동이라곤 조금도 하지 않는 게으른 인간이다. 딸인 셰인이 늘 옆에서 충고를 하지만 듣지 않는다. 그 덕에 몸 속 곳곳이 고장나고, 엉망진창이 됐다. 프랭크의 몸을 관장하는 시장은 건강이 악화된 것을 숨기고, 자신의 임기를 연장하기 위해 부정을 저지른다. 반면 상대 후보가 공약으로 내세운 것은 채식과 일정한 운동. 어느 날 프랭크가 땅에 떨어진 계란을 먹는 바람에 치명적인 바이러스 트락스가 몸 속에 들어온다. 트락스의 목표는 최단시간 내에 프랭크를 사망으로 몰고 가 ‘의학사’에 이름을 남기는 것이다. 트락스가 몰래 잠입한 것을 눈치챈 경찰 백혈구 오스모시스 존스는, 감기약으로 투입된 드릭스와 함께 파국을 막는다(‘오스모시스’는 화학용어 ‘삼투’라는 뜻으로, 존스가 자유롭게 몸 안을 다니는 능력을 말한다).
<플라이> <비디오드롬>의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특기는 몸의 안과 밖을 바꾸는 것이다. 안이 밖이 되는 장면은 좀 끔찍하고 비위가 상한다. 하지만 <오스모시스 존스>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묘사된 몸 속(위장이나 간, 소화액이나 염증 등)을 보는 일은 오히려 환상적이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인간의 생리현상과 신진대사를 일종의 사회적인 활동으로 치환하여 묘사하는 상상력은 기발하고 에너지가 넘친다. 이를테면 사람이 무엇을 먹으면 위장으로 간다. <오스모시스 존스>에서 위장은 외부에서 무엇인가가 도착하는 공항이다. 반대로 방광은 세포들이 바깥으로 나가는 항구다. 세포와 백혈구, 적혈구, 심지어 변절한 바이러스까지도 프랭크의 몸 속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며 ‘사회’를 구성한다. 범죄도 있고, 낙오자도 있다.
화사한 애니메이션말고 패럴리 형제는 실사장면에서 악취미를 드러낸다. 안 그래도 지저분하게 생긴 빌 머레이가 토하고, 콧물을 들이키고, 여드름이 튀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속이 부담스러워진다. 관습이 된 화장실 유머는 진부하지만, 애니메이션만은 흥미롭고 기발하다. 요즘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은 늘 디즈니 바깥에서 나온다. 김봉석/ 영화평론가 lotusid@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