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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주의 TVIEW] 뻔해 보여서 더 좋은

<풍선껌>

그네에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누는 행아(정려원)와 리환(이동욱). 놀이터에는 그들의 이름처럼 예쁘장한 빨간 공중전화박스가 서 있다. 어릴 때 부모를 암으로 잃고 혼자가 된 행아는 리환의 집에서 그의 어머니를 이모라고 부르며 자랐다. 리환은 행아를 지켜달라는 행아 아빠의 유언을 지나칠 정도로 충실하게 지켜왔다. 남매처럼 자란 사이, 유년기의 트라우마, 위암과 알츠하이머 등 난치병의 그림자가 드리운 인연의 시작은 행아의 아버지와 리환의 어머니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극중 공공연하게 KBS <가을동화>(2000)와 <느낌>(1994)을 불러내는 tvN <풍선껌>은 그야말로 공중전화를 쓰던 즈음으로 돌아간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시효가 다했다고 생각한 이야기는 꽤 성공적으로 부활했다. 유사한 멜로드라마에서 가족은 버릴 수 없는 무거운 짐의 자리에 위치하고 <풍선껌> 역시 마찬가지다. 모성애나 효심을 인간의 본성으로 세팅하고, 그로 말미암은 집착이나 기행을 정당화하며 사랑의 장애물로 삼아온 드라마와 비교하면 <풍선껌>은 가족을, 혹은 가족과 다름없는 대상을 지킨다는 감정에 불순물을 첨가한다. 주로 과거의 어떤 사건으로 인한 죄책감이 불순물의 역할을 하는데, 이는 각자 완벽하게 순수하지 않은, 불투명한 집착을 인정하고 역시 다르지 않은 타인을 헤아리는 장면을 만들어낸다.

감정을 각성하는 순간 그를 제외한 모든 것에 눈이 머는 사랑이 있다면, 이래저래 보이는 게 많고 아는 게 많아 생각이 복잡한 사람들이 끝내 도착하는 사랑이 있다. 행아와 리환도 그런 쪽이다. 덕분에 “결국 너야”라는 선언도 둘만의 운명론을 용케 피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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