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원승환 독립영화전용관 확대를 위한 시민모임 이사
12월1일, 서울독립영화제2015에서 “한국독립장편영화: 좋은 영화, 좋은 노동을 말하다”라는 제목의 토론회가 열렸다. 한국독립영화협회와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등 4개 단체가 주최한 이 토론회는 독립영화와 관련된 여러 의제 중에서 ‘노동’을 주제로 한 의미가 큰 토론회였다. 지난 11월19일, 영화노동자의 노동환경 개선 등을 내용으로 하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되었기 때문에 더욱 필요한 토론이기도 했다.
토론회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무거웠다. 튼튼한 경제적 기반 없이 빈약한 예산으로 제작되는 독립영화의 현실에서 함께 일하는 스탭에게 만족할 만한 노동환경을 보장해주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토론자로 참여한 김일권 프로듀서는 “좀더 나은 조건을 맞추기 위해 제작 기간을 줄이고 순제작비의 30~40%를 인건비로 지출할 정도로 노력해왔지만, 기본적으로 순제작비가 너무 적기 때문에 충분한 금전적 보상을 하기는 힘들다”고 토로했다. 많은 독립영화인이 공감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노동자는 노동에 합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명제에 동의해온 독립영화인에게 정작 독립영화의 제작과정에서 충분한 노동환경을 제시하지 못하는 현실은 무거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떻게든 노동력을 재생산하기에 합당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스탭뿐 아니라 감독 혹은 프로듀서의 노동력을 재생산하기 위해서도 절실하다. 어떻게 가능할 수 있을까.
유통되는 독립영화를 위한 안정적인 수요가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공정한 시장 조성은 기본이고, 기존의 시장이 아닌 다른 시장도 만들어야 한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자본 중심인 산업의 노동과 다른 ‘독립영화의 노동’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흔히 독립영화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으로 정의한다. 다르게 말하면 ‘자본에 고용되지 않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자본에 고용되지 않은 독립영화는 ‘고용노동’만이 아니라 ‘협동노동’, ‘협동형 자기 고용노동’ 등 다른 노동 형태와 제작자가 지적재산권을 독점하지 않는 소유와 분배구조도 상상하고 실현해야 한다. 하지만 거대자본 중심으로 양극화된 환경에서 이런 상상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자본에 고용되는 노동이 아니라 하더라도 노동환경을 갖추기 위해서는 자본이 필요하다. 이는 ‘자본에 고용되지 않는’으로는 부족하다. 보다 적극적으로 ‘자본을 고용하는’ 영화가 되어야 한다. 이럴 때 비로소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영화와 노동이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