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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블랙박스] 공유와 합의가 필요하다

영진위 부산 이전 예산 논란에 대하여

글: 최현용 한국영화산업전략센터 소장

영화진흥위원회

11월17일 ‘부산종합촬영소 건립 예산 국회 첫 관문 통과’(새정치민주연합 배재정 의원실 보도자료) 발표 이후 ‘부산종합촬영소 예산 30억원 국회 상임위 예산소위 통과’(<연합>)라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이후 부산지역 신문사들이 이 내용에 대해 후속보도하면서 ‘영진위 신사옥 건립 암초’(<부산일보>)라는 제목까지 등장했다.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부산 이전의 실물적 변화는 남양주종합촬영소의 매각과 이 매각대금을 활용한 부산종합촬영소 건립이다. 문제는 두 방향에서 터졌다. 사옥은 팔렸지만(165억원) 남양주촬영소는 무려 13차례의 유찰을 거치면서 팔리지 않았다. 그 와중에 부산시쪽은 ‘글로벌 영상 인프라’라는 1900억원짜리 촬영소를 짓자고 대통령 공약사항을 만들어냈다. 문제는 글로벌 영상 인프라 사업이 부산촬영소 건립이라는, 영진위 이전 계획에 국고 1156억원을 추가요구해서 덮어씌우는 사업이라는 점이다. 대통령 공약사업이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기획재정부가 재정 확보가 어렵다며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6월22일 문화체육관광부와 영진위, 부산시와 기장군은 새로운 합의를 했다. 부산시는 국고보조를 통한 1900억원짜리 사업 추진을 포기하며, 영진위는 사옥건축비를 낮추고(621억원에서 345억원으로, 10층에서 4층으로) 부산촬영소 건립 규모를 확대(469억원에서 746억원으로, 8000㎡에서 18000㎡로)한다는 내용이다. 영진위는 전체 이전 비용의 변화 없이 부산 이전을 추진할 수 있게 되었고, 부산시는 지지부진하던 사업 대신 원하는 규모만큼의 촬영소를 기장군에 지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까지는 윈윈이다.

여전히 문제는 남양주촬영소가 팔리지 않는 상황에서 영진위 사옥과 부산촬영소 건립을 추진할 수 있는가이다. 쟁점은 간단하다. 영화발전기금 재원으로 먼저 사옥과 부산촬영소를 신축할 것인가? 남양주촬영소가 매각될 때까지 기다릴 것인가? 사용 가능한 영화발전기금 잔액이 대략 2500억원 정도인데, 그중 1천억원을 부산 이전 사업에 선투입할 것인가? 쟁점은 각론적이지만 기준은 대단히 원론적(매각대금으로 지방 이전)이다.

다른 측면에서 문제는 1천억원 규모의 영화발전기금 사용처에 대한 계획 변경에 대해 영화계는 국회에 송부된 예산안을 보고서야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영진위는 영화발전기금이 온전히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1천억원이 아깝다는 얘기가 아니다. 1천억원의 가치에 대한 공유와 합의가 필요한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