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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상의 TVIEW] 로봇이 마늘을 빻네

<할매네 로봇>

첫째,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가하면 안 된다. 둘째, 로봇은 인간이 내리는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단, 첫 번째 법칙에 위배되는 경우는 예외다. 셋째, 로봇은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 하지만 첫 번째와 두 번째 법칙에 위배되는 경우 역시 예외다. 러시아 태생 미국 작가이자 SF소설 대가인 아이작 아시모프가 1942년 단편 <런어라운드>에서 제시한 로봇의 3원칙이다. 2015년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할 로봇들에겐 이 3원칙이 유용할까.

tvN에서 ‘하이테크 시골 예능’, <할매네 로봇>이 방송 중이다. 사투리로 봐선 전라도의 한 시골에, 어느 날 로보-트 센타가 만들어지고, 장동민, B1A4 바로, 배우 이희준이 각자의 로봇과 함께 나타난다. 지정된 세 집으로 분산된 이들은 ‘할매’가 계신 그곳에서, 할매의 일손을 돕게 된다. 하이테크의 산물인 세 로봇은 호삐, 머슴이, 토깽이라는 극단적으로 아날로그스러운 이름을 받아들고 할머니의 다리를 주무르고, 마을 축제에서 춤을 추고, 마늘을 찧고, 노동요를 부르는 임무를 맡는다. ‘무조건 무조건이야’를 부르고, 장동민의 구령에 맞춰 ‘앞으로 취침 뒤로 취침’을 하면서, 엉성한 합판 두개를 이어놓은 ‘호삐네 집’에서 지친 몸을 누인다.

공학적인 내용은 잘 모르나, 세 로봇의 움직임으로 봐서는 인간 성인과 같은 다양한 일을 하는 데까지 기술이 발전한 듯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어린아이와 같은 이들의 어설픈 움직임은 젊은이가 다 떠나간 ‘할매네 마을’과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입력된 명령어에 성실하게 반응하는 정직함은 지나치게 고도화된 현대사회에서 이 프로그램을 보는 우리의 마음속에 신선한 웃음을 전한다. 마늘을 빻고 꽹과리를 치며 노동요를 부르는 로봇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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