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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 가능한 원천소스 콘텐츠를 만든다
윤혜지 사진 최성열 2015-11-17

중국에서 리메이크되는 웹드라마 <출출한 여자> 제작한 기린제작사 박관수 대표

멀티플랫폼 콘텐츠 시장의 기린아가 될 수 있을까. 기린제작사가 제작한 웹드라마 <출출한 여자>가 중국 시장에서 리메이크된다. <출출한 여자>는 이별 직후 음식을 만들어 먹는 일로 심적 허기를 달래는 30대 여성의 소박한 싱글라이프를 그리는 웹드라마로 지난 2월 베이징에서 열린 ‘K-스토리 피치 인 차이나’를 통해 중국에 처음 소개됐다. 그 뒤 베이징알파트랜스미디어와 계약 논의를 꾸준히 진행했고 올해 부산아시아필름마켓의 제1회 엔터테인먼트 지식재산권(E-IP) 피칭까지 마친 뒤 중국 지적재산권 계약 및 공동제작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베이징알파트랜스미디어는 애니메이션 및 완구 제작사인 광동알파애니메이션그룹의 자회사로 멀티플랫폼 콘텐츠를 기획•제작•배급하고 있다. 기린제작사는 윤태호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모바일영화 <미생 프리퀄>을 시작으로 웹드라마 <출출한 여자> <출출한 여자-번외편 홍콩의 맛> <출중한 여자> <모모살롱> 등 지속적으로 독특한 컨셉과 형식의 웹드라마를 제작해왔다. 중국은 이미 웹드라마 시장 수요가 상당하다. 콘텐츠의 ‘개성’ 하나로 중국에 뛰어드는 데 성공, 지금은 안착을 위해 분투 중인 기린제작사의 박관수 대표에게서 양국 멀티플랫폼 콘텐츠 정글을 헤쳐나가기 위한 계획과 야심을 들어보았다.

-중국에 ‘먹방’ 열풍이 불고 있다. 중국에서 <출출한 여자>에 흥미를 보인 것도 그래서일까.

=음식 콘텐츠는 많은데 드라마와 음식이 결합한 콘텐츠는 많지 않아서 신선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홍콩의 ‘이금기 굴소스’ 투자로 제작된 것도 한몫했을까. 주인공 재영(박희본)의 주메뉴가 중화요리잖나.

=그런 것 같진 않다. (웃음) 주인공의 결핍이 먹는 것과 연결되는 컨셉에 관심을 가진 것 같다. 우리도 중국 진출을 목표로 <출출한 여자>를 만든 게 아니었다.

-여성 타깃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어떤가.

=주요한 흥미 요소다. 쉽게 말해 ‘노처녀 코미디’랄까. 미혼 여성이 연애, 우정, 인생을 이야기하는 스토리에 관심이 많더라. 참고로 중국은 ‘노처녀’로 분류되는 연령이 낮다. 27살만 넘겨도 노처녀라 부른다. 공동 제작하는 회사 내에도 여성 인력이 상당한데 다들 패션이나 여행, 식도락 등 싱글라이프를 풍요롭게 만드는 것들에 관심이 많다.

-중국 내 모바일용 콘텐츠 시장 현황은 어느 정도인가. 중국은 동영상 사이트 시장도 크고, 마이크로필름이라 부르는 1분 내외의 짧은 영화, 드라마도 많다고 알고 있다.

=중국에선 그걸 작은 영화, 미전영(微電影)이라고 하는데 요즘은 별로 없고 여전히 60분 내외의 드라마가 강세다. 한 방송사의 드라마는 1~2개 성에서밖에 틀 수 없어서 전국방송이 가능한 인터넷TV가 일상화돼 있다. 따라서 동영상 사이트간 경쟁이 치열하다. 해외 콘텐츠, 다른 방송사의 콘텐츠를 틀기도 하고, 회사 자체적으로 독점 콘텐츠를 만들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중국은 우리나라만큼 모바일 인터넷이 빠르지 않아 모바일로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요사이 네트워크 속도가 빨라지고 모바일 콘텐츠 시장도 커지고 있어서 짤막한 에피소드를 담은 콘텐츠도 늘고 있는 추세다. <출출한 여자> 중국판도 10분 내외로 제작할 거다.

-한•중 합작 웹드라마 선례를 참고한 바 있나.

=없다. 다만 생각하는 사업모델은 있다. 완다에서 공개한 영화 <전병협>이 흥행수익 10억위안을 넘겼는데 원작이 웹드라마다. 못생긴 여자를 싫어하고 허세 가득한, 밥맛없는 남성 캐릭터가 주인공인데 그 캐릭터를 슈퍼히어로물 포맷에 넣어 영화화한 것이 <전병협>이다. 감독 본인이 연출하고, 출연도 했다.

-<출출한 여자> 중국판 프로덕션은 얼마나 진행됐나.

=중국 제목은 <공복여랑>이다. 민예지 작가가 시나리오를 쓰고 있고 올해 안에 끝낼 생각이다. 베이징알파트랜스미디어는 새로운 콘텐츠가 많이 나오는 춘절 시기에 공개하는 걸로 맞추고 싶다 하더라. 촉박하긴 한데 이미 생각해둔 아이디어가 많아서 괜찮을 것 같다. 감독, 배우는 중국에서 맡기로 했다. 우리에게 그들이 원하는 건 드라마가 근사해 보이기 위한 의상이나 분장 등의 기술이다.

-각색에서 고려한 점은 무엇인가. 주인공 직업은 왜 여행사 직원에서 웨딩플래너로 바뀐 건가.

=일단 주인공에게 실연의 그늘이 드리워진 상태라는 데 거부감을 보이더라. 중국은 독립적이고 강한 여자 캐릭터를 선호하기 때문인데 <엽기적인 그녀>(2001)가 잘된 이유도 그 때문이다. 나는 울면서 본 <호우시절>(2009)의 메이(고원원) 같은 캐릭터가 중국에선 안 먹힌다. (웃음) 중국의 신조어 중에 ‘소선육’(小鮮肉)이란 말이 있다. 표현 그대로 작고 신선한 고깃덩어리란 뜻이다. 말하자면 영계, 외모가 괜찮은 젊은 남자를 저속하게 칭하는 말이다. 특히 나이 많은 여성들 사이에서 소선육남이 무척 인기라더라. 주인공 캐릭터를 더 씩씩하게 보완할 필요가 있었다. 또 1990년대 한국에서 드라마 속 직업으로 광고회사 직원이나 방송국 종사자가 뜬 것처럼 <실연 33일>(2011)의 흥행 이후 중국에선 웨딩플래너가 뜨고 있다. <출출한 여자>에서 뜨지 못한 개그맨으로 나오는 재영의 전 남자친구 직업은 <공복여랑>에서 IT업계 종사자로 바뀌었다.

-영화제작이나 수입상 규제가 있는 것처럼 웹드라마 시장에도 그런 제재 기준이 있나.

=공식적인 규정은 없다. 자체 심의가 있을 뿐이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면, 아이치이가 투자한 웹드라마 <심리죄>(心理罪)는 5억 재생수 이상을 기록한 화제작인데 최근 웹에서 내려졌다. 중국 드라마에 경찰이나 군인이 나오면 국가광파전영전시총국 외에 공안과 군대에서도 심의를 받아야 한다. 과정이 까다롭기 때문에 보통은 드라마에 경찰이나 군인을 등장시키지 않는다. 한국에서 촬영한 <심리죄>는 연쇄살인마를 쫓는 중국의 범죄심리학자 이야기다. 경찰이 아닌 범죄심리학자가 주인공이라 문제되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만든 건데, 5억 재생수를 기록하고 화제가 되니 공안에서 “범죄가 벌어졌는데 왜 공안이 해결하지 않고 범죄심리학자가 나서는 거냐, 공안이 무능력하다는 거냐”라면서 내리라고 한 거다.

-비즈니스 관습이나 시스템의 차이도 크게 느끼나.

=잘 모르겠다. 모르는 부분은 중국에 일임한다. 중국쪽 투자도 그들이 주도할 거다. 차이라면, 우리나라는 웹드라마 아이템을 기획하면 들고 찾아갈 데가 없다. 중국은 동영상 사이트나 협찬사에서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 기획물을 거기로 가져가면 된다. 45분짜리 드라마에 제작비 9억원을 들이기도 한다. 중국에서 웹드라마는 이미 올여름을 기점으로 폭발하기 시작한, 경쟁이 엄청난 메이저 시장이다.

-<출출한 여자>의 저작권은 기린제작사가 갖고 있잖나. 합작 수익분배 방식은 한국과 어떻게 다른가.

=<출출한 여자>가 원작임을 명시하고 계약서를 썼다. 중국판 배급에 대한 결정권만 베이징알파트랜스미디어가 가진다. 하지만 원천소스가 우리 것이니 그쪽이 그걸로 웹툰이나 웹소설을 만들 순 없다. 우리와는 웹드라마까지만 만들 거다. 제작비를 회수한 이후의 매출은 계약된 비율에 따라 양사가 나누게 될 거다. 협찬사에서 투자받은 걸 넘기고 나면 제작사 수익이 날 거고, 그렇지 못하면 감옥에 가겠지. (웃음)

-<출출한 여자>의 향후 비전은 무엇인가. 또 다른 합작 프로젝트도 꿈꾸고 있나.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함께 소개한 <모모살롱>도 베이징에 디저트 카페를 런칭한 주인공의 이야기로 각색해 중국과 합작 조율 중에 있다. <공복여랑>을 성공시키고 나면 앞으로의 여러 단계가 쉬워질 거다. <출출한 여자>는 아메리칸필름마켓에도 소개할 계획이다. 중국 시장 안에서 지적재산권 기반 엔터테인먼트 사업 규모가 커지고 있는 추세라 확장 가능한 원천소스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사업의 핵심전략으로 삼고 있다. 한국에서는 장르소설 시장이 지난해 대비 3배 이상 커졌다. 다양한 취향의 소스가 나올 수 있으니 ‘북팔’과 같은 장르소설 플랫폼들과의 연계도 이어나갈 거다. 자본과 유통이 장악하고 있는 산업에서 콘텐츠 창작자들이 입지를 다지기 위한 한 가지 전술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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