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낵TV에 올라온 비디오빌리지 동영상 콘텐츠 메인 화면
1인 미디어의 태동
흔히 요즘 현대인들은 더이상 책을 읽지 않으며 웬만한 언론 매체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진 지 오래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정보를 원한다. 누군가 원하는 정보를 최적의 방식으로 전달하고자 고민하는 것. 사실 1인 미디어의 출발점은 여느 미디어 매체의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유재석이나 강호동 같은 연예인 이름만큼이나 ‘대도서관’, ‘김이브’, ‘양띵’이란 이름이 익숙한 이들이라면 다중 채널 네트워크(Multi Channel Network, 이하 MCN)에 관한 이해가 비교적 수월할 것이다. 이들이 바로 현재 국내 최고의 1인 미디어 유튜브 스타들이다. 그럼 그들은 평소에 어떤 콘텐츠를 어디에서 만들어내는 창작자들인가? 기본적으로 그들은 정보를 실어나른다. 누구보다 먼저 화장품을 사용해보고 품평을 하고, 누구보다 먼저 게임을 해본 뒤에 감상을 전하고, 영화를 리뷰하거나 혹은 뉴스를 모아 큐레이팅을 하기도 한다. 그냥 아무런 목적성 없는 유희를 즐기기도 한다. 그런데 이 모든 1인 미디어 창작자들의 특징이라면 대부분의 콘텐츠를 영상화한다는 것이다. 한때 부리나케 유행했다 잊혀진 사용자 제작 콘텐츠 UCC(User Created Contents)의 진화된 형태로 이해해도 무방하다. 이를 통해 창작자들은 수익 규모가 점점 비대해지기 시작했고 창작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제반 업무 관리에 대한 필요성이 산업 측면에서 대두되기 시작한다. 이것이 바로 MCN 사업의 본질이다. 즉, 창작자들에게 프로그램 기획과 유통, 마케팅과 저작권 관리, 수익과 교육 사업 등을 지원하는 사업자를 필요로 하게 되면서 탄생한 것이 MCN이다.
사실 MCN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좁은 의미에서 비즈니스의 패턴을 정의하는 말은 아니다. 과거 유튜브 채널에서는 많은 수익을 거두는 창작자의 관리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한 몇몇 업체를 대상으로 일종의 사업 허가를 내주곤 했다. 그 미국의 업체들을 MCN이라 지칭했는데 현재는 유튜브가 마치 미디어 플랫폼의 허브처럼 성장하다 보니 편의상 1인 미디어 창작자들의 콘텐츠 제작, 유통 전반을 통칭하는 사업을 가리켜 MCN이란 표현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즉, 미국에서 시작된 MCN 사업은 새로운 비즈니스 형태라기보다는 기존의 UCC, UGC를 만들어 배포하던 사람들이 조직화되어 회사를 만들기 시작한 것에서 출발한다. 미국에서는 광고주들이 먼저 이같은 미디어 콘텐츠 생산 변화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상에서 기존 영화나 드라마 콘텐츠로는 이룰 수 없는 조회수를 기록하는 1인 미디어 콘텐츠가 속속 늘어나자 엄청난 자본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어썸니스 TV, 메이커 스튜디오 등 미국의 유명 MCN 사업체들이 줄줄이 글로벌 미디어 자본의 인수 혹은 투자 유치를 얻어내면서 본격적인 MCN 시대를 알리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최근 MCN 사업에 뛰어든 스타트업인 트레져 헌터(Treasure Hunter)가 107억원가량의 투자 유치를 이끌어내면서 국내 MCN 사업도 화려한 출발선상에 섰다.
한국에서는 CJ E&M이 2013년에 ‘다이아TV’를 설립해 처음으로 국내 1인 미디어 창작자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CJ E&M은 자체 방송 미디어 플랫폼을 지니고 있는 기업이다. 국내에서는 MCN 사업체가 대부분 스스로 미디어 플랫폼과 스크린 등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이 뛰어들었다. 1인 미디어 창작자들에게 콘텐츠 제작 지원과 판권 확보, 공동제작, 크라우드 펀딩 등을 제공하며 MCN 사업에 뛰어든 아프리카TV 역시 기존의 유명 BJ들이 유튜브라는 매력적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활동 무대를 재편하지 않고 아프리카TV 고유의 플랫폼에 머물기를 원했을 것이다. 실제로 MCN 사업을 하는 많은 사업자들이 창작자 집단을 본인들의 플랫폼 보강과 더불어 뉴미디어에 대한 소스로서 활용하고 있는 사례는 영화, 웹드라마 등 오리지널 콘텐츠를 생산해 자사의 플랫폼을 통해서만 노출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통해서도 그 의중이 읽히기도 한다. 현재는 CJ E&M에 이어 별도의 플랫폼을 지니고 있지 않은 비디오빌리지, 트레져 헌터, 샌드박스네트워크, 캐리소프트 등의 업체가 생겨나면서 역량 있는 창작자들을 영입해서 네트워크화하고 그들이 생산한 콘텐츠는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유통하려는 움직임을 취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튜브는 1인 미디어의 최적화 플랫폼인가
1인 미디어 플랫폼의 출발점은 사실 블로그였다. 2000년대 초반과 비교해 지금은 전세계적으로 블로그의 인기가 시들었고 국내에서도 이글루스, 티스토리, 네이버 블로그 등의 서비스가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차세대 미디어 플랫폼을 개발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흔적은 모바일 플랫폼으로의 진화에 발맞춰 포스트, 카페, 텀블러, 브런치 등의 다양한 플랫폼 서비스를 내놓는 것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블로그 이후의 대안 플랫폼은 과연 어디일까를 고민하던 움직임은 이제는 거의 독보적으로 군림하다시피 자리잡고 있는 구글의 유튜브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상황이다. 네이버 블로그, 판도라TV, 아프리카TV 등 기존의 많은 국내 플랫폼에서 활동하고 있던 창작자들이 수익 구조에 있어서 다른 어떤 플랫폼보다 체계적이며 지능적인 유튜브에 매료됐고 자연스레 유튜브는 흐름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해외에서는 워낙 활성화되어 있었던 서비스지만 국내에서는 UCC 열풍이 식은 2010년대 이후 들어 서서히 그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여타의 다른 플랫폼에서 유튜브 영상을 감상하더라도 실제 접속 트래픽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접속이 잡히는 방식 등 유튜브의 매력적인 플랫폼 구조는 수많은 창작자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거기에 더해 영상 매체에 대한 사용자들의 요구는 스마트폰을 위시한 모바일 환경에서 제대로 시너지 효과를 가져다주었다. 이제 사람들은 텍스트 대신 짧은 영상을 재생하는 데 너무나 익숙해져버린 것이다.
1인 미디어에 최적화된 콘텐츠는 무엇일까
박태원 구글 유튜브 온라인 파트너십 팀장은 “현재 유튜브 채널에서 1인 미디어 창작자들의 콘텐츠 중 가장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분야는 단연 게임 분야”라고 말한다. 이는 해외 사례에서도 마찬가지다. 그 뒤를 잇는 분야가 뷰티와 패션, 코미디 등이다. 푸드 레시피나 최근에는 어린이들이 보는 장난감 리뷰 등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작하는 사례도 늘고 있는 추세. 누구나 1인 미디어 창작에 뛰어들 수는 있지만 모두가 누구나 좋아할 콘텐츠를 만들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기억해야 할 대목이다. 수많은 미디어 매체들의 고민과도 맥이 닿아 있는 지점이다. 실제 성공에 이른 1인 미디어 창작자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하는 이야기는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가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트레져 헌터의 박진우 사업본부장은 ‘로켓점프’라는 유튜브 채널이 배우의 연기와 컴퓨터그래픽을 결합한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천문학적인 구독자 수를 두고 있으며 조회수로 많은 수익을 이끌어내고 있는 사례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 그는 “본인들의 기획력과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기술력은 누구도 할 수 없는 그들만의 오리지널리티”라고 강조한다. 미니어처를 정말 잘 만드는 장인, 캘리그래피의 달인, 다 큰 어른인데 아이들 장난감이 좋아서 10살 이하 장난감 리뷰를 시작한 어른 등이 지금 유튜브 채널에서 소위 말해 “뜨는 콘텐츠”라는 것이다. 대중적인 인지도와는 관계없이 스페셜리티를 가진 사람들이 다양하게 등장해야만 콘텐츠에 대한 인식 변화를 꾀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것은 1인 미디어 MCN 시대를 흥미롭게 바라보게 만드는 또 다른 매력이기도 하다.
물론 기본 바탕에는 동영상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 빠져서는 안 된다. 앞서 이야기했듯 사실상 거대 자본이 현재 1인 미디어 창작자가 만들어내는 콘텐츠를 주목하는 이유는 대부분 그 창작물이 동영상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의 CEO인 마크 저커버그가 지난 몇년 전부터 동영상 콘텐츠에 대한 중요성을 전파하고 다닌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이미 동영상은 시대의 화두가 된 지 오래다. 대부분의 젊은 세대들은 스마트폰을 쓸 때 텍스트 중심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이모티콘과 움짤, 클립 영상으로 대변되는 콘텐츠를 통해 서로 대화하고 소통하는 데 익숙한 세대들이 1인 미디어를 이끌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스낵’이란 용어로 설명하기도 한다. 간단한 간식거리처럼 가볍게 먹고 마는 콘텐츠를 주로 소비하는 형태를 비유하는 것이다.
물론 거기에는 일장일단이 있을 수 있다. 일례로 다음카카오의 허주환 UGC 본부장은 모두가 동영상 콘텐츠를 바라보는 지금 이 시점에서 블로그의 다음 세대는 뭘까를 고민하다가 아예 글쓰기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는 플랫폼 ‘브런치’를 런칭했다. 전통적인 1인 미디어 창작자의 다른 목소리에 주목한 결과이다. 그리하여 브런치 서비스는 창작자가 글을 쓰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주력했다. 더 많은 구독자 수를 올리기 위해 열을 올리는 대다수의 1인 미디어 창작자의 고민과 정반대 지점에서 창작자 스스로의 만족도를 극대화하고 이제는 유물처럼 사라져가는 긴 글에 대한 공급과 수요를 고민한 결과가 바로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탄생시켰다. 유튜브 등에 맞서 자체 플랫폼 수익 구조에 대한 고민은 앞으로 다음카카오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이긴 하지만, 동영상 콘텐츠가 유일무이한 1인 미디어의 미래라고 결론 짓기를 주저하게 만드는 플랫폼이다.
블로그만큼이나 빠르게 잊혀져가고 있는 미디어 플랫폼 가운데 여전히 팟캐스트를 고수하고 있는 ‘과학기술정책읽어주는 남자들’ 팟캐스트를 운영하고 있는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의 박대인, 정한별군 역시 이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빠르고 짧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에는 긴 콘텐츠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3분짜리 영상은 누구나 만들 수 있지만 할 사람이 부족하고 누군가 해야 한다면 지금의 방식을 고수할 계획이다.” ‘과학기술정책읽어주는 남자들’ 팟캐스트는 일견 딱딱해 보이는 제목에도 불구하고 어디에서도 쉽게 만나보기 어려운 기술자, 연구자, 대학원생들을 게스트로 초대해 인문학과 과학의 접점, 나아가 과학과 예술의 접목까지도 꾀하고 있다. 쉬이 없어지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콘텐츠를 어렵사리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존 플랫폼이 MCN 시대의 1인 미디어 창작자들과 어떠한 접점을 이뤄내게 만들 것인지 또한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어떻게 수익을 낼 것인가
결국 내가 아무리 좋아하고 잘하는 콘텐츠를 만든다 해도 그것이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창작자로서의 삶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이것이 MCN 사업의 수익모델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1인 미디어 창작자는 대체 어떤 방법으로 꿈틀거리는 거대 자본에 돈을 벌어다줄 것인가.
사실 국내 사례로만 비교해보면 창작자의 수익 구조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대부분의 1인 미디어 창작자가 유튜브 채널 조회수를 기반으로 한 광고 수익과 페이스북을 통한 다른 기업의 영상 콜라보 광고 등을 주 수익원으로 두고 생활한다. 트레져 헌터의 박진우 사업본부장은 이러한 수익 구조의 긍정적인 청사진을 제시하는 사례로 1인 미디어 수익 구조 다각화의 롤모델이라 할 수 있는 ‘72초 비디오’의 성공적인 소싱을 예로 든다. ‘72초 비디오’는 실제 플랫폼에 공급해서 벌어들인 수익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 영상 포맷이 성공함으로써 그 포맷을 차용한 주류 광고 영상 콘텐츠 비용이 투자 비용의 몇 십배 이상 되는 수익을 가져다줬다는 것. 아예 사명을 ‘72초 TV’라 짓고 회사까지 설립해 현재는 ‘오구실’이란 제목의 두 번째 프로젝트를 삼성전자와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사례는 국내 실정에만 국한되는 사례가 아니다. 해당 광고 영상을 얼마든지 중국 등 다른 나라에도 공급할 수도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1인 미디어 창작자의 수익화에 있어서 비판적인 시선도 있다. 과거 블로그 시대에 대두되곤 했던 ‘파워블로거지’와 같은 상업적인 비판의 잣대를 똑같이 적용하는 것인데, 이는 경우의 수가 조금 다르다. MCN 시대에는 본인이 성공할 환경을 갖추지 않으면 아예 광고 청탁이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1인 미디어 창작자는 본인이 기획하고 창작하고 구독자를 늘리지 않으면 누가 나서서 해줄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플랫폼의 다변화가 곧 1인 미디어 창작자의 미래일까
그렇다면 당연하게도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게 된다. 무엇을 어떻게 재미있게 전달할 것인가?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그리고 각각의 장점이 담긴 미디어 플랫폼에 최적화된 방법을 1인 미디어 창작자들은 반드시 연구해야 한다. 이미 많은 언론 매체는 페이스북 등을 통해 카드 뉴스 등의 새로운 포맷 뉴스를 실험하고 있고, 앞으로는 그보다 더 짧은 ‘움짤’과 영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콘텐츠가 주목받을 수도 있다. 게다가 지금은 동영상 콘텐츠가 대세라고는 하지만 1~2년 후에는 또 어떻게 판도가 달라질지 모른다. 당분간은 동영상 콘텐츠가 대세가 될 테지만 말이다. 일례로 페이스북에서도 유튜브와 경쟁을 선언하듯 자체 동영상 콘텐츠를 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알고리즘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결국 이렇게 별도의 미디어 플랫폼화를 끊임없이 시도하는 업체들의 상황은 미디어 창작자들에게 이득을 가져다준다. 플랫폼이 많아진다는 것은 즉, 수익 창출의 기회가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다만, 변화하는 환경에 따른 신속한 적응은 필수 생존 전략이다. 그리고 늘 기준점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어떤 플랫폼이든 콘텐츠가 재미없으면 결국 도태되게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