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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주의 TVIEW] 우정, 평범해서 비범한

<그녀는 예뻤다>

화장한 채로 곯아떨어진 친구가 깨지 않도록 조심조심 아이섀도를 닦아주는가 하면, 맨 얼굴로 초등학교 때 첫사랑을 만나러가는 친구를 급하게 불러 세워 자기 입술의 립스틱을 손가락으로 옮겨 발라주는 사이. 김혜진(황정음)과 민하리(고준희)는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고 스무살부터 10년간 동거한 각별한 친구다. 둘의 친밀함과 신체접촉의 수위는 가끔 연인이나 부부처럼 보일 정도. 하지만 어린 시절 미소녀였으나 사춘기를 지나며 ‘역변’한 혜진과 9등신 ‘모태미녀’ 하리의 다정한 모습이 언제나 그늘 없이 말끔한 것만은 아니다.

이를테면 철저하게 섭취 칼로리를 제한하고 틈만 나면 요가나 운동을 하고 있는 하리에게 “아, 재수 없어. 예쁜 것들이 더 독해요”라며 혜진이 격의 없이 던지는 말이 그렇다. 혜진도 미소녀 시절엔 악성 곱슬머리를 감추려 꾸준히 파마와 드라이로 관리했었다. 그런데도 아름다움을 유지하는데 드는 노력을 모르는 사람처럼 말하는 것이다. 화려한 생일파티에 초라한 일상복 차림의 혜진을 재촉해 불러놓고, 그녀를 무시하는 남자를 과하게 응징하는 하리의 모습은 어쩐지 둘도 없는 우정을 스스로 증명하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두 사람 다 서로를 향한 어떤 악의도 품지 않았으나, 그 우정에 비치는 자신들의 모습이 굴절되는 것을 알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럼 혜진과 하리의 우정은 가짜일까? 많은 드라마에서 죽마고우가 사업상 배신을 하거나 두 여자가 남자 하나를 사이에 두고 착한 여자와 악녀로 갈리며 우정을 검증하지만, 진짜 관계에 그렇게 명쾌한 이벤트는 많지 않다. 반짝인다고 몽땅 망치로 깨볼 필요도 없다. MBC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는 요란한 소동극이면서 평범한 우정을 섬세하게 다룰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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