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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문화예술 교류의 허브
송경원 사진 백종헌 2015-10-07

9월4일 개관한 면적 16만㎡ 규모의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2004년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을 위한 밑그림이 그려지고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무려 10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2015년 9월4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드디어 개관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광주문화수도육성’의 핵심시설이었던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광주시 동구 금남로 옛 전남도청 부지에 둥지를 틀었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의 거점이 ‘세계를 향한 아시아 문화의 창’을 기치로 내걸고 동시대 아시아 문화예술 교류의 허브로 재탄생한 것이다.

전체 면적 16만㎡에 달하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국내 최대 규모의 문화예술복합단지다. 단일 면적으로는 국립중앙박물관(13만7천㎡)과 예술의전당(12만8천㎡)을 압도한다. 단순히 규모만 큰 건 아니다. 기존 문화예술 공연의 경직된 형태와 관람 패턴을 벗어나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민주평화교류원, 문화정보원, 어린이문화원, 문화창조원, 예술극장 5개원으로 조성된 시설은 전시, 공연, 연구 등 다양한 예술실험은 물론 아시아 문화예술의 아카이브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단한 시도와 성취지만 마냥 장밋빛 미래가 펼쳐진 건 아니다. 개관 전후 행정적인 문제로 상당한 혼란과 진통이 있었고, 관련법이 정비되지 않아 문화전당 전체 수장 자리가 아직도 공석이다. 그 때문인지 각 원들이 준비 중인 프로그램 구성도 제각각이라 함께 달아오르는 축제의 느낌이 덜하다. 문화전당 전체의 장기적인 비전, 그리고 훌륭한 시설을 채울 실속 있는 프로그램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하지만 예술극장에 한정한다면 어느 정도 의미 있는 행보를 시작했다고 평가해도 좋을 것 같다. 9월4일부터 21일까지 3주간 진행되는 이번 개관 페스티벌 역시 예술극장을 중심으로 열린다. 대극장 1120석(극장1), 중극장 520석(극장2)으로 이뤄진 예술극장은 동시대 공연예술의 허브를 지향한다. 대극장은 한쪽 벽이 전면 개방이 가능한 가변형으로 규모도 규모지만 좌석 배치에 따라 다채롭게 변형이 가능하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특히 이번 페스티벌은 예술극장의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술극장에서는 3주간 열리는 축제기간 동안 아시아 중심 작가 29명과 33편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성희 예술감독은 “동시대 아시아 예술의 교류가 핵심이다. 외국 공연을 그대로 들여와 일회성 관람으로 그치는 것보다는 커다란 제작 공장, 네트워크 거점으로 구축하려 한다”고 밝혔다. 대규모 시설에 압도되어 새로운 기술과 스펙터클에 대한 기대를 품기 쉽지만, 이번 행사에서는 외적인 놀라움보다는 공연예술에 대한 예술극장의 비전을 알리는 데 중점을 둔 것 같다. 김성희 예술감독은 “동시대 아시아 예술, 예술가들이 이곳에서 직접 공연을 제작하고 서로 영감을 주고받을 수 있는 흥미로운 예술 공간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명확한 목표를 제시했다. 33편의 공연작 중 16편은 예술극장이 제작했고 12편은 세계 초연이라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관점에 따라선 다소 과감한 실험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대중예술과의 괴리를 지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시아 예술의 미래를 선도할 의미 있는 공간이 탄생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아마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공연, 전시 등 아시아 문화예술을 논하는 데 있어 필수 불가결한 공간이 될 것이다. 아직은 난해하고 낯설어 거리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원래 변화는 불현듯 찾아오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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