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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마디의 중요성”

<군도: 민란의 시대> <아수라> 강현 프로듀서

<군도: 민란의 시대>(2013) 프로듀서 <오직 그대만>(2011) 라인 프로듀서 <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6) 제작실장 <친절한 금자씨>(2005) 제작부장 <아라한 장풍대작전>(2004) 제작부장 <튜브>(2003) 제작부장 <동감>(2000) 제작팀

“정신을 차려보니 영화가 되어 있었다.” <군도: 민란의 시대>(이하 <군도>)로 데뷔한 강현 프로듀서의 말이다. 사극 블록버스터로 데뷔전을 치렀으니 그런 말이 나올 만도 하다. 그가 합류했을 때만 해도 <군도>는 그리 규모가 큰 영화가 아니었다. “‘군도’, 딱 두 글자만 있을 때부터 시나리오 개발에 참여했다. 권선징악에 관한 동화 같은 이야기라고만 알고 있었다. 귀엽고 아기자기한 영화가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스케일이 커지고, 또 커지고,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웃음) 정신을 차려보니 <군도>가 되어 있더라.”

강 프로듀서가 <오직 그대만>의 라인 프로듀서로 일하던 때, 사나이픽처스 한재덕 대표는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를 준비하고 있었다. 두 영화 다 쇼박스에서 배급을 맡았기에 강 프로듀서와 한 대표는 쇼박스 사무실을 오가는 동안 영화 얘기를 함께 나눌 정도로 친해졌다. “한 대표님은 류승완, 박찬욱 감독님과 가까운 분이라 전부터 현장에서 자주 뵀다. <오직 그대만> 끝난 어느 날 내게 물으셨다. ‘너 요새 뭐하니.’ ‘놀고 있습니다.’ ‘그럼 우리 사무실 와서 작은 영화 한편 맡아라.’ ‘예.’ 그렇게 시작한 영화가 <군도>다.” (한 대표는 <군도>의 총괄 프로듀서였다.)

윤종빈 감독에겐 첫 사극이자 액션영화였고, 강 프로듀서에겐 데뷔작이었기에 긴장과 부담이 상당한 상황. 장소 헌팅, 의상 제작, 소품 관리도 주의해야 했지만 무엇보다 감독이 가장 걱정스러워한 건 “안전사고”였다. “나에겐 첫 사극이자 액션영화다. 사극 현장이 특히 사고가 많은 편이라 배우와 스탭의 안전이 가장 신경 쓰였다. 프로듀서에게 특별히 당부한 건 없었지만 사고는 안 나게 해달라고 했다.” 오랜 시간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강 프로듀서는 사고는커녕 “아무 일도 없도록” 현장을 정리했다. “기본에 충실한 것이 최선”이라 믿는 그의 성격상 “완벽에 가깝게 사전 준비를 했기 때문”일 거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가. 그의 두 번째 작품은 사나이픽처스의 중요 프로젝트 중 하나인 김성수 감독의 <아수라>다. <아수라>는 각자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거칠 것이 없는 자들이 얽히고설키는 얘기를 그리는 영화다. “강 프로듀서와 일하는 이유? 나에 대한 충성도가 조금 높은 것 같다. (웃음)” 농 섞인 호평으로 대신했지만, 짐작건대 의리와 초심을 중히 여기는 사람인 한 대표는 강 프로듀서의 ‘영화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 산 것 같다. 본인의 박한 평가대로 풀자면 “특출난 재주가 없는 사람이라 부지런하게 움직이려 한다”는 점이 그렇다. “지구력만큼은 좋았다. 작품을 맡게 됐을 때 언제나 시나리오 개발부터 (개봉이 미뤄졌던 <튜브>를 제외하고는) 극장 개봉까지 자리를 지켰다는 게 자부심이라면 자부심이다.” 프로젝트마다 최대한 일찍 합류했고, 모든 회의를 일일이 챙기며 의견을 보탰다. 현장 경력에 비해 데뷔는 늦은 편이다. 필모그래피를 늘리고 싶었다면 여러 작품을 한번에 진행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은 건 하나에 꽂히면 둘은 생각하지 않는 외골수 기질을 가져서다.

촬영과 조명을 전공한 강 프로듀서가 기술팀이 아닌 제작팀에서 일하게 된 건 “그때만 해도 촬영부, 조명부로 여자 스탭을 쓰는 걸 꺼리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학생 때 모 영화 조명팀 보조로 일하며 현장을 처음 가봤다. 거기 들어가는 것도 힘들었기 때문에 영화를 계속 하려면 다른 파트의 일을 찾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그 현장에서 다른 팀은 무슨 일을 하나 유심히 봤다. 자질구레한 일들을 하는데 그게 다 꼭 필요한 일들이더라. 제작팀에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하게 됐고, 지인의 소개로 <동감> 제작부에 들어갔다.” 현장의 땀과 생동감을 양분으로 자라서인지 그는 여전히 자신만의 아이템을 개발하는 것보단 주어진 프로젝트를 책임감 있게 마치는 것에 더 관심이 있다. 감독이 원하는 그림을 완성할 수 있도록 제대로 보좌하는 일이 프로듀서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고 생각하는 그가 현장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말 한마디의 중요성”이다. “감독의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한 장면에 담기 위해 모든 사람들이 공통의 약속을 한다. 그 와중에 말 한마디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이전의 모든 합의가 물거품이 되어버린다. 혹시나 싶어 했던 말을 하고 또 할 수밖에 없다. 나랑 일한 스탭들은 다들 내가 잔소리를 엄청 해댄다고 생각했을 거다. (웃음)”

강 프로듀서가 굉장히 꼼꼼한 사람임은 조금만 얘길 나누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말수가 많지 않으면서 중요하지 않은 한마디를 할 때도 숙고 후에 답을 내놓는 편이다(‘중요하지 않은’ 말을 하는 경우조차 잘 없어 보인다). 한번 뱉은 말은 최적의 뉘앙스로 전달하려 애쓰고, 혹여 의미가 잘못 전해지지 않았는지 되물어 확인하곤 한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프로젝트를 하나 맡게 되면 제대로 끝낼 때까지 무척 긴장하는 사람이다. 벌써부터 9월22일 <아수라> 크랭크인을 앞두고 온갖 걱정으로 잠을 못 이루고 있다고. 크랭크인이 다가오는 시점, 그리고 크랭크인 이후의 모든 촬영 전날 밤은 근심걱정이 최고조에 이르는 때다. “촬영에 돌입하면 매일 밤 베갯머리에서 내일도 오늘처럼 날씨가 맑아야 할 텐데, 배우도 스탭도 현장의 컨디션도 오늘처럼 다 잘 돌아가야 할 텐데, 걱정하며 억지로 잠을 청한다. 잠은 안 오지만 안 자면 내일 일하는 데 지장을 주니까.” 이 정도면 한 대표가 언급한 “충성도”의 본뜻이 무엇인지 알 만하다. 현장에서 가장 참을 수 없는 것이 “추위”라고 했건만, <아수라>는 4개월간 촬영을 진행해 내년 1월 중 크랭크업할 예정이다.

영화 <대니쉬 걸>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남의 영화를 잘 보지 않게 된다는 강현 프로듀서가 요즘 개봉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작품이 있다. 세계 최초의 트랜스젠더를 주인공으로 한 <대니쉬 걸>이다. “트랜스젠더 이야기가 궁금한 게 아니라 세상에 없다고, 불가능하다고 여겨진 것에 도전하는 사람의 심리가 궁금하다. 내가 겪어보지 않은 세계에 대한 호기심인 것 같다.” 마침 <대니쉬 걸>의 개봉은 <아수라> 촬영이 끝난 직후인 2016년 2월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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