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자면 약간 부끄럽지만, 치킨을 먹을 때의 개인적인 취향이 있다. 퍽퍽한 가슴살 부위를 치킨 무를 절여놓은 단촛물에 찍어먹는 것인데, 육질이 촉촉하고 연해져서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소금이나 소스를 찍어먹는 정도를 벗어나 샛길로 빠지는 기쁨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더 맛있게 먹으려 골몰하는 타인의 팁들이 궁상맞고 집요할수록 매료되는데, 김준현, 문세윤, 김민경, 유민상 네 코미디언의 ‘먹방’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의 첫회를 보고 ‘드디어 올 게 왔구나’ 싶었다. 감자탕 볶음밥에 깍두기를 썰어넣고 한술 크게 뜬 문세윤이 숟가락의 밑면을 고기 찍어먹던 겨자간장이 담긴 종지에 스치듯 적시자, 김준현의 탄성이 터진다. 상대의 기술을 인정하는 눈빛으로 “대단한 친구”, “먹을 줄 아는 친구” 등의 찬사를 던지고, 서로 교감하는 것이다.
돈이나 시간처럼 한정된 비용의 실패 없는 선택을 장담하는 맛집 프로그램과 미식 블로그들에 시큰둥해지던 차에, 이들의 식도락은 맛을 증폭시키는 스킬을 공유하고 맛을 아는 사람과 공감하는 즐거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회를 거듭하면서 새로 조합해 먹는 게 지나친 나머지 업장에 민폐를 끼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많이 먹는 쪽으로 흐르는 점이 아쉽지만, 여기서 ‘김프로’라는 별명을 얻은 김준현은 SBS의 새로운 요리쇼 <백종원의 삼대천왕>에 합류했다. 언젠가 만나야 할 사람들은 만난다고 했던가. 돼지숯불구이에 반찬으로 나온 고추장아찌의 시고 짠 양념 국물을 뿌려 맛을 돋우는 백종원과 김준현이 그런 사이다. 가지고 있는 모든 팁을 설명하는 백종원과 이를 100% 이해하고 경탄하는 김준현, 두 사람이 주고받는 시선을 구경하고 있자면 이런 케미스트리가 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