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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상의 TVIEW] 쇼핑으로 보는 우리

<연쇄쇼핑가족>

돈을 지출하고 받는 영수증을 모아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는 영수증 일기는 개인 블로그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어제 받은 영수증만으로 자신을 패턴화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난 1년간 혹은 2년간 받은 영수증을 모으고 체계적으로 분석한다면 그 종이 더미 속에서 미처 몰랐던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연쇄쇼핑가족>. JTBC에서 토요일 밤 11시에 방송되는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이다. 그날그날 주제가 주어진다. 박명수, 이영자, 써니, 박지윤, 박원으로 이루어진 5명의 MC는 우리 사회 소비의 중심에 서 있는 2040세대로 특징지어 선별된 듯 보인다. 프로그램이 시작되고, 본격적인 의견교환이 이어지기 전에 MC들이 그주에 소비한 영수증을 제출하고 서로 분석한다. 주제가 자리를 잡으면 섭외된 전문가 한 사람이 알짜지식을 풀어놓는다. 중간중간 동명의 타이틀을 가진 <연쇄쇼핑가족>이라는 시트콤을 배치해 시청자의 감정이입과 프로그램의 진행을 돕는다. 그들의 첫 주제는, ‘교육 쇼핑’이었다.

취직이든 결혼이든 간에 출산과 육아에 이르기까지 쉬운 과정이 하나도 없는 데다가 돈으로 상당 부분을 교환할 수 있는 대한민국에서 쇼핑은 단순히 물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쇼핑의 제맛은 고르는 맛이고 선택의 묘미다’라고 이야기하는 MC와 화면으로 오버랩되는 특정 사립초등학교의 학비 나열은 오싹하기까지 하다. ‘테남•테북(테헤란로 방위를 나타내는 신조어)으로 나뉘는, 부를 물려줄 수 없는 대전족(대치동 전세족)’이라는 암호 같은 단어들이 난무한다. 하지만 노골적인 단점을 더 노골적인 주제로 치환하는 솜씨를 유지한다면, 앞날이 기대되는 ‘쇼핑 저격’ 토크쇼임엔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