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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주의 TVIEW] 이런 휴머니스트 또 없습니다

<용팔이>

비밀리에 활동하는 국정원 요원(MBC <7급 공무원>)이었고, 일제강점기 종로경찰서 형사이자 각시탈을 쓴 독립투사(KBS2 <각시탈>)였던 주원이 이번엔 종합병원 외과 레지던트라는 신분을 숨기고 돈을 벌기 위해 조폭들을 출장 수술하는 ‘용한 돌팔이’가 되었다. 환자 보호자에게 노골적으로 생색을 내고 사례비를 뜯어내는 속물인 동시에 병원에 방치된 무연고 환자의 생명을 유지시킬 현실적인 방안을 고민하는 의사. SBS 드라마 <용팔이>의 공식 홈페이지는 주원이 맡은 김태현에 대해 ‘자신도 모르는 휴머니스트’라고 소개한다. 물론 태현의 주위에는 그가 휴머니스트인 것을 알아보는 조력자들이 있다. 속물로 오해받고 사는 게 억울하지 않냐고 묻자 그는 너스레를 떨며 빙긋 웃는다. 속물인 쪽이 돈을 벌기 수월하니까 목적에 맞게 위악의 껍데기를 선택한 그는 필요 이상의 자기연민을 흘리지 않는다. 위악은 태도의 전략이고 그 전략을 통해 편의를 취했음을 잊어버리지 않는 영리한 캐릭터다.

한편 의사가 하면 안 되는 일의 경계를 스스로 허물기 시작한 태현은 12층 VIP 병동의 제한구역까지 발을 들이게 된다. 병원 수뇌부는 ‘용팔이’를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대신, 병원의 모기업인 한신그룹 회장 한도준(조현재)의 지시로 본래 후계자 한여진(김태희)을 약물로 가사상태에 빠뜨린 진짜 범죄의 현장에 끌어들인 것. 이 밖에도 한류스타의 여성 폭행이나 병원 내 방사능 시설의 위기상황을 일반 환자들에게 고지하지 않고 VIP만 대피시키는 광경 등 이전처럼 못 본 척하거나 손 털고 그만둔다고 끝나지 않는 사건에 연루되는 그는, 그제야 잔뜩 미간을 찌푸린다. “아주 타산적이고 이기적인 놈”이라도 해야만 하는 일, 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 일을 해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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