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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단편영화 <스빠꾸>
2002-03-14

예쁜 신세타령

35mm/ 컬러/ 21분/ 박종철 연출

3월15일 방영분 KBS2TV 금요일 새벽 1시15분

여자들은 참 예쁘다. 남자보다 모질고 안 예쁜 여자들도 적지 않지만 그래도 대체로 여자들은 예쁘다. 한국 독립영화 또한 예쁘다. 상업영화보다 강퍅하거나 얄팍한 영화도 적지 않지만 그래도 대체로 독립영화들은 예쁘다. 그래서 독립영화가 화면 속에 여자를 담으면 정말 볼 만해진다.

어느 시골 휑한 집 안채에는 주인 할머니가, 바깥채에는 동갑내기 할머니가 살고 있다. 주인 할머니는 아들, 딸, 사위, 며느리에게 서운하고 바깥채 할머니는 혼자 사는 신세가 서럽다. 서로 곱지 않은 말투를 주고받지만 그래도 서로는 서로에게 비빌 언덕이다. 그런데 그놈의 티브이가 문제였다. 광고에 나온 세제 ‘스파크’에 반해 산 ‘스빠꾸’를 누가 몰래 써버린 것이었다. 둘은 서로 문을 닫아걸고 다투지만 그래봤자 신세타령이다. 그 타령은 계급, 성차 등의 거창한 개념과는 아주 다른 곳에서 울려나오는, 참으로 인간적인 예쁜 목소리다.

드라마의 기승전결을 무시하는 것이 한국 독립영화의 특기이기도 하지만, 황혼의 어정쩡한 햇빛처럼 엉거주춤 서 있는 <스빠꾸> 사이사이에서 흘러나오는 이 느낌은 뭐라고 불러야 할까? 한편, 고수경 연출의 <다이아나>(35mm/ 컬러/ 13분)에서는 둘이서 풍금 페달을 밟으며 ‘다이아나’를 연주하는 여중 3학년생들을 볼 수 있다. 또 보기만 해도 서러운 여중 3학년생의 어떤 빈자리도 본다. 그것도 참 슬프고 예쁘다. 이효인/ 영화평론가 yhi60@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