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리조선소에서 정리해고당한 동료들과 3년 넘게 복직투쟁을 해온 진상필(정재영). 용접공이었던 그는 뇌물수수로 공석이 된 경제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집권여당과 야당연합 양쪽의 후보 제안을 받게 된다. 투쟁기간 내내 뜻을 함께하던 사회당쪽 후보로 나서 집권당인 국민당과 대결하는 쪽이 자연스러운 그림이겠으나, 진상필은 양쪽이 내미는 카드를 두고 명분과 실리를 저울질한다. ‘국민당 공천을 받으면 작대기도 당선된다’는 경제시에서 그저 출마에 의의를 두는 야당연합 후보로 나선다면 자신들은 무엇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어쩌면 당연하고 합리적인 질문에 도착하기 전까지 그는 “어차피 죽을 목숨 비정한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죽어야”한다며 국회로 돌진하던 사람이었다. 드라마 속에서 붉은 투쟁 조끼를 입은 이들은 울분을 토하는 약자의 자리를 벗어나지 못했고, 정현민 작가는 KBS2 <어셈블리>를 통해 진상필을 국회로, 그것도 집권여당 초선의원의 자리로 이끌었다.
당내 계파 싸움에 이용당하는 허수아비로 공천을 받아 국회에 입성한 진상필의 모습은 프랭크 카프라 감독의 <스미스씨 워싱턴에 가다>를 떠올리게 한다. 자본가와 정치인이 꼭두각시 삼기 만만한 인물로 지목되어 상원의원이 된 제퍼슨 스미스가 워싱턴에서 고군분투하며 미국의 민주주의와 의회정치의 승리를 구현해냈다면, 여의도에 간 진상필씨는 무엇을 해낼까? 계파정치의 환멸 속에서도 입법을 하려면 다른 의원의 지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배워나가는 그를 보면, 적어도 현실정치를 다루는 드라마가 일침 경연장으로 전락하지는 않겠다는 믿음이 생긴다. 국회를 “그 나물에 그 밥”이라 비아냥댔던 진상필은 그 자신이 나물과 밥이 되어 조리과정을 학습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