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조종국 <씨네21> 편집위원
대전시 2014 드라마 영화제작 지원사업 이행 촉구 기자회견.
지난 7월29일 대전시청에서 영화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극비수사> <나의 절친 악당들> 제작사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대전시로부터 영화 제작지원사업 시행에 따라 환급하기로 약속한 지원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그동안 수차례 지급하겠다고 해놓고 무책임하게 약속을 저버렸다”고 주장했다. 또 대전시가 지원사업을 주관한 대전문화산업진흥원을 통해 환급 금액 산정 등 실무 협의까지 해놓고 돌연 지급할 수 없다고 말을 바꿨으며, 지원신청서를 미리 내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마치 제작사의 과실로 지원금을 지급할 수 없게 된 것처럼 호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쪽의 주장과 쟁점은 이렇다. 제작사에서는 대전시의 지원금을 받기 위해 처음 계획보다 대전 로케이션 일정을 늘려서 촬영했으며, 지원신청서를 미리 내려고 했으나 ‘2014년 배정된 지원 예산이 소진되어 2015년 예산으로 이월해서 지급할 테니 그때 지원서를 내라’는 담당 직원의 안내에 따랐을 뿐이라고 한다. 반면 대전시는 제작사가 2014년 촬영 당시에 지원신청서를 내지 않았기 때문에 지원금을 지급할 행정적 근거가 없고, 관련법에 따라 지원사업 예산을 소급해서 지급할 수도 없다고 항변한다.
정황을 따져보면 양쪽 다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대전시가 지원금 지급과 관련한 방침을 바꾸고 지난해의 ‘구두 약속’을 파기한 것은 분명하다. 그해 예산이 소진되면 지원대상 작품을 다음해로 이월하고, 지원금을 소급해서 지급하던 관행이 감사에서 적발되어 제동이 걸린 속사정이 그 배경이다. 대전시의 ‘드라마, 영화 제작지원사업’은 대전시에서 지출한 촬영 관련 경비 30%를 촬영이 끝나고 되돌려주는 지원사업으로 2014년 사업예산은 3억원이었다.
이번 일은 몇몇 지자체가 촬영 유치를 명목으로 해당 지역 지출 경비의 일정액을 현금으로 되돌려주는 지원사업을 내놓고, 제작사들도 지원금을 받기 위해 적극 나서면서 숨어 있던 폐해가 불거진 것이다. 공고나 공식 문서가 아닌 담당자의 구두 안내에 따라 절차를 건너뛴 제작사의 부주의도, 지원금을 소급 지급하는 등 임의로 적용하다가 문제가 되자 법령을 들이대며 약속의 원인무효를 통보한 대전시의 주장도 면책 사유는 될 수 없다. 덧붙이자면, 어떤 방식이든 지자체가 제작사에 현금을 직접 지급하는 지원사업은 적지 않은 부작용이 뒤따르기 십상이다.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서로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