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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만의 미학이 있다고 생각한다”
송경원 사진 최성열 2015-08-04

‘KAFA+ Next D’ <방안의 코끼리> 박수영, 권칠인, 권호영 감독

박수영, 권칠인, 권호영 감독(왼쪽부터).

올해 BiFan에서는 KAFA가 쌓아온 3년간의 성과를 돌아볼 수 있는 ‘KAFA+ Next D, 3D, ONCE AGAIN’ 특별전을 마련했다. 2009년 <아바타>가 영화 시장에 일대 변화를 몰고 온 지도 6년이 흘렀지만 아직 한국 장편상업영화 중에서는 3D의 성공 사례가 전무하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관객이 3D영화를 보는 데 익숙한 반면 영화인들이 제작하는 것은 아직 낯선 탓이 크다. 이에 한국영화아카데미는 Next D 프로그램을 통해 기성감독들에게 3D 연출 기회를 제공하고 저변을 넓혀왔다.

8기의 결실, <방안의 코끼리>는 박수영 감독의 블랙코미디 <치킨게임>, 권칠인 감독의 에로틱 멜로 <세컨 어카운트>, 권호영 감독의 SF 스릴러 <자각몽>을 묶었다. 박수영 감독의 블랙코미디 <치킨게임>은 3D 연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영리한 상황 설정이 돋보이는 영화다. 권칠인 감독의 멜로드라마 <세컨 어카운트>는 세컨 계정을 이용해 가벼운 섹스를 즐기는 한 여성에 관한 이야기다. 돌출감보다 공간감을 주는 데 공을 들인 이 영화는 인물의 심리를 효과적으로 부각하고 공간의 현실감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3D를 활용한다. 마지막으로 권호영 감독의 SF스릴러 <자각몽>은 올해 BiFan 홍보대사 권율이 주연한 영화로 자각몽 속으로 뛰어들어가 인물을 구출해내는 요원의 이야기를 담았다. 액션과 특수효과가 많이 가미된 만큼 3D효과도 세 작품 중 가장 두드러진다.

세 감독의 개성이 묻어난 <방안의 코끼리>는 3D 기법이 앞으로도 얼마나 다르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증명한다. 3D는 효과적인 연출 도구일 뿐 하나의 장르가 아니다. 어떤 감독이 어떤 창의성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영화가 태어날 수도 있다. 3D 제작을 체험해본 세 감독에게 상상하던 것과 실제 제작이 얼마나 달랐는지, 앞으로의 연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물었다.

-8기 프로젝트에 선정되어 제작해본 소감이 어떤가.

=박수영_KAFA에서 1년에 3편 공모 신청을 받는다. 3D에 대단한 관심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제작비를 지원받고 영화를 찍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해서 참여했다. 경험이 없어 감이 잡히지 않았는데 어느 날 나무에 앉은 새들을 보고 컨셉이 떠올라 시나리오를 썼다. 절벽에 차가 매달린 상황이 이어지는데, 한 공간이 지루할 수도 있지만 입체감이 공간에 활력을 줄 수도 있겠다 싶었다. 3D에 어울리는 설정을 재밌게 봐주신 것 같다. 준비가 충분치 않아 아쉬운 것도 있었지만 배운 게 더 많았다.

권호영_처음에는 3D니까 좀 다른 시도를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준비하는 동안 할리우드영화를 찾아보면서 그런 강박을 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요즘 3D영화는 2D와 별 차이 없는 속도로 편집을 한다. 3D라는 기술에 집착하는 순간 함정에 빠지는 것 같다. 한편으론 이왕 하는 거 망설이지 말고 과감히 내질러보자 하는 부분도 있었다. 기회가 주어진 만큼 좀더 다양한 실험을 해보려 했다.

권칠인_‘KAFA+ Next D’는 3D 제작 경험을 확산하는 데 의미 있는 프로젝트다. 모토는 3D 문법과 장르의 확장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3D 연출기회가 없으니 잘 알 수 없고, 그래서 두려움도 생기는 거다. 많이 접하다보면 거리감과 장벽이 없어질 것 같다. 그전 3D영화는 호러, 판타지 등 몇 가지 장르로 특화됐는데 그래서 오히려 멜로를 한번 해보고 싶었다.

-기획단계에서 생각하던 것과 막상 연출했을 때 가장 큰 차이가 무엇인가.

=박수영_생각보다 카메라가 크고 무거워서 움직임에 제한이 있다. 활력 있는 장면 구성의 어려움이 많았다. 개인적으론 코미디에는 꼭 3D가 필요하지 않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웃음) 3D는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불편해하고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있다. 3D 안경을 벗을 수 있는 기술이 나오지 않는 한 지금 이상으로 확장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권호영_쉽지 않지만 재미있었다. 깊이감이나 부피를 만들어내는 건 공간에 대한 또 다른 고민이 필요했다. 2D연출 기법을 3D로 표현했을 때 느낌이 달라지는 게 흥미로웠다. 그런 차이를 다양하게 다뤄보고 싶었다. 같은 연출, 다른 느낌의 미세한 차이를 잡아내는 게 연출의 몫인 것 같다.

권칠인_예전부터 카메라의 시점에 대한 고민이 개인적인 화두였다. 영화는 결국 누가 누구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문제다. 3D 연출에 있어서 그 부분을 한층 더 파고들어 고민하게 했다. 1인칭 시점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중점을 뒀는데, 공간감이라는 측면에서 3D는 새로운 감각의 접근이 필요하다. 편집과 컷의 속도도 달라야 하고. 이번에는 한 템포 느린 속도로 화면을 오래 잡았는데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솔직히 아직 내 안에서도 정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더 오랜 고민과 시도들이 필요하다고 본다. 아직 이것저것 해볼 게 많다. 그래서 더 좋기도 하다.

-3D는 여전히 쉬운 제작방식은 아니다. 제작비도 더 들어가고 촬영도 번거롭다. 한국영화에서 3D가 얼마나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지.

=권호영_아직 초기라 그런지 몰라도 장르적으로는 판타지, SF 장르가 어울리는 것 같다. 눈의 피로도라든지 해결할 부분이 많지만 여전히 가능성 있는 기법이다. 예를 들면 <그래비티> 같은 영화의 공간감은 3D가 아니면 체험하기 어렵다. 카메라를 다루기도 어렵고 여러 제약이 있지만 그럼에도 매력적인 기법이다. 계속 파보고 싶다.

권칠인_3D에는 2D가 가지지 않는 미학이 아직 좀더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100년간 2D로 입체를 흉내내왔지만 3D는 진짜 입체 아닌가. 어쩌면 초기 영화와 비슷한 놀라움이 있다. 그래서 아직 연출기법도 초기영화처럼 여러 가지를 시험해보는 단계에 있는 것 같다. 지금의 저항감은 흑백에서 컬러로 넘어가는 것과 유사하다. 결국 사람들이 더 익숙해질수록 더 많이 좋아할 것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묻어나도록 하는 연출이 더 중요하다.

박수영_연출의 어려움보다는 KAFA 프로젝트에 제언하고 싶은 게 있다.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라 시행착오가 적지 않았는데, 교육기관에서 찍는 영화인 만큼 하드웨어적인 요소 이외 연출에 대한 고민과 결과에 대한 의견 공유가 좀더 이뤄졌으면 한다. 이미 스무편 남짓한 3D영화를 만들었으니 그 노하우와 실패 사례 등이 기록, 축적되어야 이후에 실패를 줄이고 효율적인 작업이 이뤄지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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