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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피를 싫어합니다!
김현수 사진 최성열 2015-08-04

<리얼 술래잡기> <러브&피스> 소노 시온 감독

* 이 인터뷰에는 마스터클래스 ‘나는 소노 시온이(아니)다’ 에서 관객과 나눴던 이야기도 일부 포함됐습니다.

영화 찍어내는 공장장, 소노 시온 감독이 최근 완성한 두편의 영화가 올해 BiFan 특별전 ‘나는 소노 시온이(아니)다’에 초청됐다. 피와 살점이 화면을 가득 메우는 잔혹 호러 <리얼 술래잡기>는 상상 이상의 잔인한 장면으로 관객을 충격에 빠트린다. 이어서 희망을 노래하는 크리스마스 시즌용 가족영화 <러브&피스>를 보고 나면 두 영화를 도저히 같은 감독이 만들었다고 볼 수 없을 정도다. 소재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지구의 모든 장르를 섭렵할 기세로 한해 평균 서너편을 만들어내는 소노 시온 감독에게 창작의 비결을 들어봤다.

-상당히 피곤해 보인다. 요즘 특히 바쁘다고 들었다.

=내 인생을 통틀어 지금이 가장 바쁘다. (웃음) 지난주에 카를로비바리국제영화제에 다녀왔고 도쿄에서 <러브&피스> 원화 전시회 등 두개의 개인전시가 열리고 있다. 그보다는 차기작 <모두! 초능력자야!> 때문에 힘들다. 오늘도 밤새 작업하다 와서 매우 피곤한 상태다. 돌아가서 최종 더빙 작업을 하면 완성이다. 그리고 올해 세편의 영화를 더 작업할 예정이다.

-예전에 후쿠오카를 배경으로 한 SF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한 적 있다.

=그 영화도 곧 만들어지지 않을까. 이번에 작업한 <모두! 초능력자야!>는 와카스기 기미노리 작가의 동명 만화가 원작이다. 이미 6부작 TV드라마가 만들어졌는데 그중 한편에 연출자로 참여했던 내가 극장판을 작업했다.

-성장 멜로 <러브&피스>와 잔혹 호러 <리얼 술래잡기>는 주제와 형식 모두 다른 장르의 영화다. 비슷한 시기에 이렇게 대비되는 작업을 진행한 이유가 궁금하다.

=작업 시기가 일치하진 않는다. <리얼 술래잡기>를 올해 1월에 작업했고 지지난해 겨울에 찍은 <러브&피스>의 개봉 시기가 늦춰졌을 뿐이다. <리얼 술래잡기>는 제작사의 요청을 한번 고사했었다. 동명의 원작 만화가 이미 여러 번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졌기에 원작의 성격을 그대로 따르면 매너리즘에 빠질 것 같았다. 그런데 제작사에서 기본 설정만 유지해주면 마음대로 만들어도 된다기에 시작하게 됐다. 반대로 <러브&피스>는 27살 때부터 장편 데뷔작으로 만들고 싶었던 작품이다. 내가 직접 각본을 쓴 오리지널 시나리오다. 여러 여건상 이제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피 한 방울 나오지 않는 순한 영화를 꼭 만들고 싶었다니 의외다. 다른 인터뷰에서는 최고의 영화로 <베이브>를 꼽은 적도 있다.

=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나는 피를 싫어한다. (웃음) 눈앞에서 폭력이 일어나는 상황을 아주 질색하는 사람이다. 내 영화에 등장하는 피와 폭력은 전부 무언가에 대한 비유이지, 그 자체가 아니다. <러브&피스>는 아이들과 가족을 위해서 만든 특별한 영화다. 이 영화에서의 사랑은 전작들에서 다뤘던 경험적인 어른의 사랑과는 달리, 어린아이도 알 수 있는 사랑이다.

-<리얼 술래잡기>는 자신의 정체성을 기묘한 방식으로 찾아나서는 영화다. 교복을 입은 어린 소녀가 ‘미츠코’라는 이름을 영화 내내 부르짖는 등 주제 역시 그 어떤 영화에서보다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내가 누군지 찾아가는 과정은 내가 가장 흥미 있게 생각하는 주제다. 그렇게 바라본다면 최근의 내 생각이 영화에 반영됐을 수도 있다. <리얼 술래잡기>는 형식적으로는 호시 신이치 작가가 개척했던 초단편소설의 아주 짧은 소설 형식을 떠올리며 만들었다. 주연을 맡은 트린들 레이나가 전작들의 여주인공과 외모가 비슷하다고? (웃음) 이 배우는 제작사에서 캐스팅 제안이 들어와 기용했다. 나와 작업한 여배우들에게서 공통점이 발견된다면 그건 아마도 나의 연기 디렉팅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연약하고 소중한 것, 잃어버린 것을 찾아가는 태도는 연출 방식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리얼 술래잡기>는 잔혹한 장면의 상당수를 CG 효과로 처리했지만 반대로 <러브&피스>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촬영했다.

=그렇다. 과거 일본이 주도했던 특촬물 촬영방식으로 <러브&피스>를 찍었다. 거북이 모형에 사람이 들어가 기어다니고 버려진 인형들이 모여 사는 시궁창 장면도 전부 실사 촬영했다. 사람 키 높이의 무대를 만든 다음, 바닥 아래에 50명 정도의 스탭이 들어가 인형을 조종했다. 유년 시절에 좋아했던 고딕 호러 장르와 쓰부라야 에이지의 <울트라맨>(1966)과 같은 작품들의 영향을 모두 담았다. 누구의 간섭 없이 오로지 내가 하고 싶은 것만으로 이뤄진 영화다.

-대체 어떻게 투자받을 수 있었나.

=내 영화 중 <러브&피스>에 가장 많은 제작비가 들어갔다. 일본 최고의 특촬 전문 스튜디오 쓰부라야 프로덕션에서 이 영화에 투자했기에 이 방식대로 만들어질 수 있었다. 그런데 감독으로서는 손해다. 실사로 찍어도 다들 CG인 줄 아니까. <리얼 술래잡기>에서 버스가 두 동강나면서 승객들의 상반신이 전부 잘려나가 흩어지는 장면 역시 분장과 더미를 동원해 실사 촬영했다. 모두 CG인 줄 알더라. (웃음)

-시인 출신 감독이면서 가끔 영화음악도 작곡한다. 이번 <러브&피스>에도 자작곡이 쓰였다고. 매번 다른 장르의 영화를 만드는 등 창작자로서의 에너지가 넘친다.

=나는 피카소가 작품마다 터치 방식을 바꿔가며 작업했던 모습을 좋아한다. 특정 스타일을 내 스타일이라고 규정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도저히 같은 사람의 것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다른 영화를 계속 만들고 싶다. 평생 실험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싶다. 또 한 가지, 1년에 꼭 한번은 정말 만들고 싶은 영화를 제작하려고 지난해에 소노프로덕션을 설립했다. 최근에는 TV에도 열심히 출연했는데 올해부터는 모두 정리했다. 또 다른 변화를 주기 위해서다. 아마 내년에는 더 큰 변화가 있을 거다. 물론 순수하게 영화의 깊이에 집중할 수 있는 일로 말이다.

-끊임없이 어딘가로 탈주하거나 자신을 찾아 떠나는 주인공들이 영화가 끝난 후 어떤 인생을 살아가기를 바라나.

=탈주라는 것은 내가 쓴 가면으로부터의 탈주라는 뜻일 수도 있다. 가면으로부터는 멀어지지만 본래의 나에게는 점점 다가가는 작업이다. 계속해서 다른 장르의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계속해서 내가 진짜로 찍고 싶은 영화를 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이 여행에는 끝이 없을 거다. 데뷔작 <나는 소노 시온이다>(1985)에서부터 이미 나는 진정한 나를 향해 계속 다가가고 있다. 내 영화 속 등장인물들도 마찬가지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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