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감독 조지 후앙 출연 클리어 듀발, 스티븐 컬프, 타일러 메인, 제이슨 매드슨, 카림 프린스 장르 공포 (콜럼비아)
1958년에 만들어진 허버트 L. 스트록 감독의 <How to Make a Monster>는 스튜디오에서 해고된 특수분장사가 자신이 창조해낸 괴물을 이용하여 끔찍한 살인극을 벌인다는 내용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인형’에게 사악한 기운을 불어넣어 살인도구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피조물에게 악의를 불어넣는 것은 언제나 인간이다. 이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바꾼다면 어떨까. 인터넷 세대, 게임 세대가 지배하는 21세기의 몬스터는 ‘넷’에서 걸어나와 사람을 죽이지 않을까. 어떤 악의가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모든 생명체를 죽이는 게임 프로그램의 명령에 따라서.
<이볼루션>이라는 새로운 게임을 개발한 피터는 난국에 처한다. 게임 속의 악마들이 전혀 공포스럽지 않은 것이다. 피터는 게임 개발능력은 최고이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업계에서 기피당하는 하드코어, 솔, 버그를 부른다. 기한은 4주. 가장 공헌도가 큰 사람에게는 100만달러의 보너스가 주어진다. 100만달러를 차지하기 위해 협조보다는 치열한 경쟁으로 일관하던 어느 날 사건이 벌어진다. 모델에게 모션캡처 슈트를 입히고 움직임을 프로그래밍하던 중 벼락이 떨어진다. (<프랑켄슈타인>의 생명력)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오작동이 일어나고, 인공지능을 가진 게임 프로그램이 오히려 모션캡처 슈트를 조종하게 된다. 모션캡처 슈트는 사람들을 죽인 뒤 그들의 육체를 이용하여 자신의 형상을 게임에 묘사된 공포스러운 모습으로 바꿔낸다. 그리고 게임처럼 자신의 영역에 들어온 모든 생명체를 죽인다. 괴물을 죽일 사람은, 일반적인 공포영화의 공식처럼 순수한 마음을 가진 ‘최후의 그녀’다.
<몬스터>는 익숙한 주제를, 현대적인 설정으로 변형시킨다. <벼랑 끝에 걸린 사나이>에서 깔끔한 드라마를 선보였던 조지 후앙은, 직접 시나리오를 쓴 <몬스터>에서도 능숙한 연출력을 선보인다. 기괴한 일이 벌어지고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도 결코 그들은 협조하지 않는다. 그들의 탐욕은 게임 속의 괴물을 불러내고, 그 괴물은 주변의 악을 정리한다. 그러나 그뒤에도 세상에는, 여전히 악이 남아 있다. 다소 뻔한 이야기지만 빠른 편집과 재치있는 대사, 그리고 <바이러스>에 등장했던 ‘기계인간’보다도 섬뜩한 외양의 괴물로 아기자기한 재미를 안겨준다. 김봉석/ 영화평론가 lotusid@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