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조종국 <씨네21> 편집위원
탈도 많고 말도 많았던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가 한숨은 돌린 듯하다. 부산시와 부산영화제가 사전합의해 지난 7월6일 조직위원회 임시총회를 열었다. 그동안의 갈등을 수습하고 일단락하는 모양새를 갖춘 것이다. 이날 총회에서 배우 강수연을 공동집행위원장에 위촉하고 지금껏 1명(부산시 업무소관 부시장)이던 부조직위원장을 2명으로, 3명이던 부집행위원장을 4명으로 늘리도록 정관도 개정했다. 또 전임 부집행위원장 사임 이후 비어 있던 자리에 (재)부산영어방송 본부장을 지낸 이명식씨를 위촉했다.
한동안 영화계는 물론 세간의 관심사는 부산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이 누구냐는 것이었다. ‘강수연 공동집행위원장’ 소식이 알려지자 정관까지 개정해가며 부조직위원장과 부집행위원장을 각각 1명씩 늘려 자리를 만들어둔 저의를 탐문하는 쪽으로 급격하게 관심이 옮겨갔다. 사실상 부산시의 위촉 요구를 부산영화제가 수용한 것으로 알려진 이명식 부집행위원장과 함께 부산시의 대리인으로 누구를 앉히려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를 두고 부산지역에서는 자천타천 하마평도 무성하고 여러 가지 억측이 꼬리를 물기도 한다.
부산시와 부산영화제가 이번 총회에서 위촉할 것도 아니면서 부조직위원장과 부집행위원장 자리부터 만들어둔 것은 속사정이 있다. 머지않아 선임하게 될 영화의 전당 대표를 부산영화제 조직위원회 임원을 겸하도록 한 데는 부산시와 부산영화제가 합의를 했으나, 부조직위원장으로 할지 부집행위원장으로 할지에 대해서는 생각이 달라 우선 자리만 만들어두기로 한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 제법 큰불로 번질 수도 있는 또 하나의 불씨가 살아 있는 셈이다. 이런 탓에 저간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있는 이들은 이번 총회를 계기로 부산시와 부산영화제의 갈등 양상이 해소된 것으로 보지 않는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임시총회에서 “(…) 이제는 모두 훌훌 털어내고 제20회 영화제 준비에 한마음으로 매진해야 할 때입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고 하지 않습니까. (…)”라고 말했다. 어쨌거나 꽤 오래 지속되어온 엉거주춤하던 상황을 공식적으로 정돈하고 얼마 남지 않은 올해 영화제 준비에 매진할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다. 그런데 땅이 다시 굳어지려면, 부산영화제의 명예에 흠집을 내고 국제적인 망신을 초래해 ‘땅을 무르게 한’ 당사자가 먼저 머리 조아려 사과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