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쿠 골든가에서 새벽장사를 하던 밥집이 종로구 인사동으로 짐작되는 골목 어딘가에 자리 잡았다. 단골과 뜨내기손님이 적당히 섞여드는 건 원작과 다를 바 없고, 같잖은 단골 자부심으로 처음 온 손님을 불편하게 하는 점은 제법 한국 식당 같다. 일본판 밥집의 기본메뉴인 돈지루 정식은 SBS <심야식당>에선 반찬이 여러 접시인 가정식백반(!)으로 바뀌었다. 많이 팔아야 이윤이 남는 백반을 심야 기본메뉴로 삼은 것부터 기이한데 메뉴판엔 가격도 붙어 있지 않으니 저 집 백반은 자연산 도다리나 고추잡채 같은 ‘시가’인가 불안해진다. 냉장고에 넣지 않고 보란 듯이 꺼내놓은 알록달록한 파프리카는 2회 만에 꼭지가 검게 말라가고 10년이 넘은 전기밥솥과 불기가 닿은 흔적이 없는 새 주방기구들의 부조화가 안타깝다. 무슨 이야기가 얹혀도 어색할 것 같은 공간에서 ‘마스터’(김승우)만이 허리에 손을 올리거나 팔짱을 끼는 일본판의 포즈를 꽤 그럴싸하게 재연하고 있더라.
물론 나는 한국판이 원작 만화와 일본 드라마를 훼손할 수 없는 정전으로 삼을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중년 아저씨 정서로 그려내는 박복한 여자들의 서사를 한국판에서 다시 보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유년기의 상처나 옛사랑의 추억으로 잠시 퇴행의 빌미를 제공하고, 보편적인 경험을 소환하는 대중음식에 대한 이해가 없는 이야기에는 어디 공감을 표할 구석이 없다. 가래떡을 조미김에 싸먹는 에피소드가 대표적이다. 메밀전 이야기는 또 어떤가? “세상에 메밀전처럼 자신을 꾸미지 않고 투박하게 재료의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는 전이 또 있을까요?”라는 질문에 ‘감자전…’이라 중얼거리고 “삶의 맨 얼굴을 보는 것 같”다는 메밀전에 김치도 모자라 실고추와 잣 고명이 어지럽게 올라가 있는 것을 비웃는 재미도 재미라고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