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조종국 <씨네21> 편집위원
부산국제영화제 관련 특별법을 발의한 배재정(왼쪽에서 세 번째) 의원.
부산국제영화제의 처지가 난감하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지원금을 대폭 삭감한 데 이어 큰 협찬사마저 흔들리고 있어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곳곳에서 삭감한 지원금을 원상복구하거나 벌충할 방안을 내놓으라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별로 달라진 상황은 없다. 부산지역 언론이 나서 이참에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특필하고, 광주에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이 있으니 ‘부산 특별법’도 필요하다며 바람을 잡기도 했다.
6월15일 국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배재정 의원이 ‘부산국제영화제 및 국제영상콘텐츠밸리 지원에 관한 특별 법안’을 발의했다.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안정적인 재정 지원과 독립•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특별법’이라고 한다.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해 정부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있을 리 없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제도화하는 것이라는 데도 토를 달 까닭이 없다. 하지만 언론 등에서 ‘과거 부산 특별법’에서 이미 드러난 ‘과잉 입법’, ‘사회적 비용 유발 가능성’ 등의 지적은 슬그머니 밀어두고 ‘광주와 형평성’을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은 꼴사납다.
먼저 ‘과거 부산 특별법’의 연원을 알고, ‘부산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부추기는 주장을 꼼꼼하게 따져보면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다. 골자가 같은 법안을 부분 수정해서 이미 세 차례나 우려먹은 ‘아시아영상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안’(2007년 이재웅 의원, 2008년 유재중 의원, 2012년 김희정 의원 발의)의 제안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광주에 특별법을 만들어서 정부 예산을 ‘퍼주니까’ 부산도 특별법 하나 만들어서 정부 예산을 가져와야 한다는 논리인 셈이다. 광주에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을 만들어서 정부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입법 목적부터 달랐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거치면서 절대다수 국민이 공감한 분명한 취지와 사회적인 맥락에 역사적인 배경이 있다. 이런 저간의 함의를 도외시하고 ‘광주 특별법’을 들먹이며 부산에도 특별법을 만들어서 정부 돈을 끌어와야 한다고 대놓고 주장하는 것은 천박하다. 그런 짓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무지와 뻔뻔함이 사실은 부산국제영화제를 흔드는 보이지 않는 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