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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블랙박스] 관객 쌈짓돈, 잘 쓰고 있나
조종국 사진 백종헌 2015-06-15

영화발전기금, 영진위 독점의 문제에 대해

글: 조종국 <씨네21> 편집위원

영화발전기금은 영화티켓 가격의 3%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부산국제영화제 지원금을 대폭 삭감해 논란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눈길을 끄는 부산지역 언론 보도가 있었다. 영진위의 ‘글로벌스튜디오’를 조성할 부지와 아시아영화학교가 들어설 공간을 정했다는 소식이었다. 부산 기장군 달음산 일대에 조성하기로 해놓고 아무런 진척이 없던 종합촬영소를 이미 조성되어 있는 기장군 도예촌 부지에 건립하기로 부산시와 영진위가 합의했다는 기사였다. 또 말만 많았던 아시아영화학교는 부산 수영구에 있는 옛 공무원교육원 건물을 활용하고 한국영화아카데미도 같이 쓰도록 한다는 것이다.

모두 영화발전기금을 쓰는 일이거나 쓰겠다는 일이다. 부산국제영화제 등 6개 국제영화제에 주는 영진위 지원금도 영화발전기금이고, 영진위가 짓겠다는 ‘글로벌스튜디오’와 사옥 건립은 물론 아시아영화학교도 영화발전기금으로 하겠다는 얘기이다. 1900억원을 들여 부산에 조성할 계획인 ‘글로벌스튜디오’는 원래 남양주종합촬영소를 판 돈으로 짓기로 되어 있다. 남양주종합촬영소가 팔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다른 재원을 끌어올 방안도 없으니 규모를 약간 줄여서 영화발전기금을 쓰는 쪽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아시아영화학교도 영화발전기금에서 25억원을 쓰기로 되어 있다. 영화발전기금이 무슨 눈먼 돈이라도 되는 것일까.

영화발전기금은 2006년 정부가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의 선결조건인 스크린쿼터 축소를 받아들이면서 한국영화 지원과 육성을 위해 마련한 후속조치로 조성했다. 정부가 2천억원을 내고 2007년부터 극장 입장료에서 3%를 징수해서 4천억원 정도를 영화계에 지원한다는 것이었다. 스크린쿼터 절반을 뚝 잘라 내주면서 언제 닥칠지 모르는 불안정한 한국영화의 미래를 어떻게든 막아내야 하는 피 같은 돈인 셈이다. 기금을 만든 다음해인 2008년부터 영진위 직원의 급여와 경상관리비까지 영화발전기금에서 썼다. 영진위의 인건비와 경상비를 기금 관리비용으로 볼 수도 있지만, 기금이 없던 시절에도 영진위는 춥고 배고픈 조직은 아니었다. 시끄러운 국제영화제 지원금도 2011년부터 영화발전기금에서 빼서 주고 있다. 마치 영화발전기금을 소진하는 것을 영진위의 사업 목표로 삼고 있는 게 아닌가 갸우뚱하게 된다.

영진위는 제도나 법령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할 게 뻔하다. 하지만 영화발전기금을 잘 못 쓰고 있다는 여러 지적이 무성한 것이 사실이다. 관객 한 사람 한 사람의 쌈짓돈을 모은 영화발전기금은 궁극적으로 관객을 위해 재투자하고 써야 한다. 지난해 12월, 곡절 끝에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가까스로 영화발전기금의 수명이 연장된 2021년이 그리 멀지 않다. 영진위의 영화발전기금 독점부터 해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