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할 재료는 간단하다. 계란 1, 2개, 그리고 전기밥통의 묵은밥, 진간장, 식용유. 굳이 더하자면 양파 반개 정도일까.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양파를 볶고, 계란을 풀어 볶은 후 밥을 투하해 잘 버무려주면 완성이다. 잘만 보관하면 두끼도 먹을 수 있다. 일명 ‘계란밥’. 어머님은 집 떠난 아들딸을 위해 바리바리 반찬을 싸다 나르시겠지만, 결국 반복되는 일상의 무게가 우리에게 허락하는 것은 계란밥이거나 그 변종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매일 진화하는 각종 배달음식과 냉동음식의 촘촘한 사이를 뚫고 ‘집밥’으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멀다.
최근 프랜차이즈 요식업계 최선두에 서 있는 셰프이자 기업인인 백종원이 집밥 전선에 나섰다. tvN에서 매주 화요일 저녁에 방송되는 <집밥 백선생>. 예전부터 요리 프로그램 또는 식당 개조 프로그램에 간간이 모습을 보이며 존재감을 알렸던 그인데, 최근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통해 예능감까지 장착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런 그가 네명의 제자를 거두어 진정한 집밥, 쉬운 요리가 무엇인가를 보여주려고 나섰다. 김구라, 윤상, 손호준, 박정철. 무협지에서라면 ‘집밥 사협’이나 ‘집밥 사인’ 정도 되려나. 아직은 각각의 캐릭터가 정확하게 정립되어 있지는 않지만 이들이 가지는 공통점은 대부분, 찌개조차 한번도 제대로 끓여본 적 없다는 것. 다시 말하면 계란밥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집밥 사협’의 사부가 되는 백 선생이 유행어처럼 내뱉는 말이 있다. “난 그렇게 어렵게 안 하지.” 부침가루의 성분을 묻는 김구라에게 ‘부침에 필요한 가루’라고 대답하더니, 도마에다 김치를 가지런히 써는 손호준을 보고, “그냥 김치를 그릇에 넣고, 가위로 잘라요”라고 조언한다. 툭, 툭 편하게 ‘계란밥’의 레벨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다. 자신이 요리할 때도 숙련된 손놀림을 제외하고는 그의 지론을 실천한다. 그러면서 어찌보면 가장 중요한 한마디를 던진다. ‘이미지를 상상하라.’ 음식을 만들 때 음식의 맛을 상상하지 말고 그 모양을 떠올려 보라는 것이다. 자신이 먹어보았던 음식들을 가만히 떠올려보고, 어떤 재료가 들어갔는지, 어떤 모양을 하고 있었는지를 상상해보면 자신만의 음식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일종의 이미지 트레이닝이라고나 할까.
결국은 호기심이다. 그리고 그 호기심을 실천에 옮기는 방식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매일 적어도 두끼, 세끼를 먹으며 살아간다. 김치찌개도 식당마다 방식이 다르고, 계란말이도 얼마든지 응용이 가능하다. 집밥을 만들어 먹는 길은 멀고 험하다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SNS의 음식 사진과 댓글이라기보다는 그 사진을 바라보는 관점일 것 같다. 아 맛있겠다, 어떻게 만들면 될까. 이건 비단 음식에만 통용되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기도 하지만.
+ α
상상의 힘
십년쯤 지난 듯싶다. ‘백 선생’ 백종원씨가 이렇게까지 유명해지기 전에, 방송에 초대한 적이 있었다. ‘상상’과 관련해 그때 그가 한 말이 아직 기억에 남아 있다. 그는 각국을 여행하며 요리책을 사들이는데, 그 책의 글자는 보지 않는다고 한다. 요리를 찍은 사진만을 보며, 어떤 재료가 들어갔을까, 어떻게 조리했을까에 대해 고민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방법대로 그 사진의 요리를 만들어본다고 했다. 상상의 힘은 위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