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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상의 TVIEW] 제주도와 연애하기

<맨도롱 또똣>이 음식과 풍광을 보여주며 로맨스를 끌어가는 방법

회사 생활 중에 적어도 한달에 한두번쯤은 선후배들에게 듣는 이야기가 있다. ‘다 정리하고 제주도에 내려가서 살까봐….’ 그 문장에 길게 이어지는 말줄임표. 그 속에는 아마도 하지 못한 이야기가 꽤 많이 묻혀 있겠지만, 그 말줄임표 속의 상상과 고민들을 끄집어내 식후의 커피 테이블에 올리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상상 속에서만 떠올려보는 쪽이 피차 행복하기 때문일지도, 아니면 그 답을 스스로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루 일과가 끝나면 우리는 제주도와 그곳에서의 삶에 대해 쓰인 책들을 들춰보며, 인터넷 사이트를 띄워놓으며, 그렇게 그 섬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2015년 서울 한복판에서 하루하루를 살아낸다.

MBC에서 이제 막 시작한 수목드라마 <맨도롱 또똣>은 제목부터가 제주도 방언이다. 풀어놓으면 ‘기분 좋게 따뜻한’이란 뜻이라고 한다. <미생>의 안영이로 다시 한번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 강소라가 여주인공 이정주 역을, 영화 <건축학개론>(2012)과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로 오랜 무명 생활을 털어낸 유연석이 남자주인공 백건우 역을 맡고 있다. 매일매일 닥쳐오는 삶을 걱정해야 하는 정주, 그에 비해 재벌을 형으로 두고 제주도에서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는 건우. 아니나 다를까 정주는 회사에서 잘리고 남자친구에게 버림받고, 어쩔 수 없이 제주도행을 택한다. 그리고 건우가 오너 셰프로 있는 레스토랑 ‘맨도롱 또똣’에서 정주와 건우는 ‘기분 좋게 따뜻한’ 사이가 되는데, 라고 예상되는 그 이야기는, 이제 겨우 그 서막을 열었을 뿐이다.

드라마를 구성하는 요소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다. 그리고 이 작품은, 작가 홍자매(홍정은, 홍미란 작가)의 전작들이 그러했듯이 판타지를 기반으로 한 로맨틱 코미디물의 기본 틀을 유지한다. 복선이 거미줄같이 깔려 있거나 시종일관 단서들을 짜맞춰야만 하는 드라마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 기본에 단단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이 바로 ‘제주도’라는 장소와 그곳에서의 삶이다. 애월해안도로, 신창풍차해안도로, 한담해안산책로와 광치기해변, 그리고 성산 일출봉의 해돋이. 마치 만화 같은 스토리가 펼쳐지지만, 그 배경이 제주도이기에 화면에 집중하기가 한결 편하다. 또한 각 화의 마지막엔 남자주인공 백건우 셰프의 ‘Made in 제주도’ 레시피 소개도 보너스처럼 곁들여진다. ‘유채 샐러드와 유채 튀김’, ‘보말 미역국’ 등의 메뉴는 제주의 향취를 담고 있기에 자못 공감각적이다. 제주도에 정착하려는 우리의 꿈도 하나의 판타지라, 그 위에 얹힌 스토리도 판타지가 어울린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제주도에도 지금처럼 많은 공간을 할애해주었으면 한다. 드라마를 보는 시간 동안 또 다른 각자의 꿈을 꿀 수도 있으니 말이다.

제주 FAQ

제주도에 대한 많은 책들이 있지만, 가장 ‘또똣’하고 동시에 가장 현실적이었던 책 한권을 꺼내들었다. 제주도에 이주해 2년을 보낸 만화가 정우열의 책. <올드독의 제주일기>. 그중 가장 실용적으로 맘에 들었던 챕터인, ‘제주 FAQ’에서 질문만 몇 가지 추려내 여기 소개한다. 1. 살아보니 장단점은? 2. 추천 맛집은? 3. 제주도 사람들이 배타적이라는데? 4. 제주도 이주를 위한 당신의 조언은? 답은 책 안에 있다. 그리고 그 답들을 읽고 나면 내가 과연 제주도에 가서 살 수 있을까에 대해서도 깨달을 수 있을 거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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