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조종국 <씨네21> 편집위원
영진위의 부산국제영화제 지원금이 결정된 2015 글로벌국제영화제 육성지원 사업 예비심사 회의록.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는 예산이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 지원금을 대폭 삭감했다. <다이빙벨> 상영 강행 이후, 부산시의 지도점검에 이은 집행위원장 사퇴 종용, 감사원 감사 등 일련의 불길한 조짐이 직접적인 보복으로 현실화됐다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다. 부산영화제는 물론 영화인들도 격렬하게 영진위를 성토하지만, 이해관계가 제각각인 다른 영화제들까지 한목소리를 내거나 영진위의 결정을 되돌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영진위는 이번 ‘글로벌국제영화제 육성지원 사업’ 심사에서 부산영화제 8억원(6억6천만원 감액), 전주국제영화제 7억원(9천만원 증액),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6억원(5천만원 증액), 서울국제여성영화제 3억5천만원(1천만원 증액), 제천국제음악영화제 3억5천만원(6천만원 증액), DMZ국제다큐영화제 1억원(5천만원 증액)을 지원하는 것으로 정했다. 부산영화제만 지난해(14억6천만원)보다 무려 45%나 삭감해 의도를 명백히 하면서, 다른 영화제들은 도리어 예산을 올려 입을 막는 양수겸장이 됐다. 영진위 입장에서는 꽃놀이패나 다름없는 나름 묘수인 셈이다.
영진위는 심사총평에서 그럴듯한 취지와 명분을 제시하며 부산영화제 지원금 삭감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2015 글로벌국제영화제 육성지원 사업 예비심사 회의록’을 살펴보면 그 심사총평이 부질없는 말장난이거나, 교언영색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회의록 일부를 옮긴다.
(…) “저는 부산영화제에 대해서는 7억5천을 제안합니다.” / “그럼 7억3천은 어떨지?” / “만약에 예산이 남게 되면 국제영화제 지원 말고 다른 사업들을 할 수는 있나요?” / “남는 예산에 대해서는 우리가 걱정하지는 말고 우리는 우리의 소임에 충실합시다.” (…) “그럼 부천은 6억5천입니까?” / “다른 데보다 많은데요.” / “그러면 좀 조정을 하는 것은 어때요. 6억으로.” / “전주 8억이잖아요.” / “아니, 신청액에 비해서요. 신청액이 7억인데 6억5천을 주는 거잖아요.” / “근데 전체 예산은 전주 다음으로 크기 때문에, 그러니까 전주가 8억….” (…) “부천을 6억으로 하고 부산을 7억8천으로 하면 어때요?” / “부천 너무 많아요, 6억5천이면….” / “저는 조금씩 다운하자는 생각이거든요. 부천 조금 줄여보시죠.” / “부산을 많이 내렸으니까 다른 영화제는 좀 올려야 되지 않나요?” (…) “그러니까 7억에 6억이면 잘 준 거예요. 전체적인 밸런스를 보면. 6억5천은 5천 빼고 전부 지원해준다? 지금 전주 10억 신청했는데, 8억 나왔잖아요.” / “6억에 찬성합니다.” (…) “그럼 부천 6억으로 합시다. 정리하면, 전주 8억, 여성 3억5천, 부천 6억, 제천 3억5천, DMZ 1억, 부산 7억3천….” / “전주가 부산보다 많아지는데 영화제들의 예산 규모와 위상에 대한 고려를 좀더 해주시면 어떨까요.” / “그럼 부산을 7억5천으로 하고 전주를 7억으로 하면 어떨까요.” (…)
치열했다는 논의의 실체가 적나라해 민망하다. 각 영화제에 대한 면밀한 평가나 심사라기보다는 자갈치시장 생선 경매장에서나 볼 수 있는 흥정에 가깝다. 여기에 무슨 심도 깊은 논의와 치열한 토론이 있었다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