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 옵스트는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만들고 비즈니스를 하면서 보고 듣고 느꼈던 것들을 정리해 두 권의 책을 냈다. 베스트셀러가 된 <Hello, He Lied>(1996)와 <Sleepless in Hollywood>(2013)가 그 책들이다. 린다 옵스트는 “책을 썼던 당시, 할리우드에서는 많은 것들이 변화하고 있었다. 영화산업을 잘 알고 있었지만 너무나 급격히 변화해서 당시에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한 발짝 물러서서 그 변화를 바라보고 싶었다”라고 책을 쓴 이유를 밝혔다. 흥미로운 건 이 책에 등장하는 할리우드라는 단어 대신 충무로를 사용해도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이다. 그중 충무로에도 벌어지고 있는 비슷한 현상 4가지를 문답으로 짤막하게 정리했다. 두권 모두 번역 출간되어 있지 않지만, 할리우드 영화산업을 이해하기에 좋은 책이니 일독을 권한다.
-할리우드와 산업 규모, 성격이 달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충무로 역시 여름과 겨울 성수기 시장이 커지면서 텐트폴 영화제작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프로듀서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한국 프로듀서들에겐 좋은 기회다. 여름과 겨울 성수기를 제외한 나머지 시장에서 그야말로 고유의 영화를 선보여야 한다. 나라마다 시장 상황이 다르겠지만, 많아진 스크린 수 역시 제작자에게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극장은 텐트폴 무비로만 1년을 채울 수 없으니 재능 있는 영화를 찾을 것이다. 중요한 건 남들 다 하는 영화와 다른 걸 내놓아야 한다.
< Sleepless in Hollywood > 커버.
-이십세기 폭스, 워너브러더스 같은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이 세계 각국에 프로덕션을 설립해 로컬영화를 제작하는 이유가 뭔가.
=로맨틱 코미디만큼 문화적 뉘앙스를 타는 장르도 없다. 발리우드에서 할리우드산 로맨틱 코미디가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다. 이십세기 폭스가 오스트레일리아, 영국, 일본, 한국, 프랑스, 홍콩, 멕시코, 러시아 등 세계 여러 국가에 폭스 인터내셔널 프로덕션(FIP)을 설립해 로컬영화를 제작하는 것도 그것과 관련 있다. <Sleepless in Hollywood>에서 폭스인터내셔널 프로덕션 샌퍼드 패니치 대표는 “로컬 시장의 창작자, 스타들과 함께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저예산 로컬영화를 제작, 배급하는 것만큼 좋은 공부는 없다. 물론 수익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것은 최근 CJ E&M이 인도네시아, 베트남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현지 영화인과 함께 로컬영화를 제작해 현지 박스오피스에서 성공하는 현상과 유사하다.
-사전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 방식은 어떻게 달라졌나.
=인도, 중국, 한국, 동남아시아 시장이 커지고 제작비가 증가하면서 스튜디오들은 마케팅에 상당한 공을 들인다. ‘마케팅의 귀재’라 불리는 워너브러더스 해외마케팅 사장 수 크롤은 아이템 기획•개발과 투자 심사 과정에 깊숙이 참여한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프로듀서, 시나리오작가, 감독, 투자사가 모여 제작을 결정했던 과거 할리우드와 달라진 풍경이다. 한줄로 요약하기 힘든 줄거리는 과거에 비해 제작되기 어려워졌고, 특정 시장에서 인기가 많은 배우는 마케팅을 이유로 캐스팅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할리우드에서도 오리지널 시나리오가 사라지고 있다고 보나.
=맞다. 1981년 북미 박스오피스 톱10에 든 영화 중 7편(<레이더스> <미스터 아더> <괴짜들의 병영일지> <캐논볼> <불의 전차> <사계절> <시간 도둑들>)이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제작된 영화였다. 반면, 2014년 북미 박스오피스 톱10에 든 영화 중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만들어진 영화는 단 한편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