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최현용 한국영화산업전략센터 소장
4월30일 국회 통과된 영비법 개정안을 통해 영화노사정협의회를 구성할 수 있게 됐다.
지난 4월30일 꽤나 역사적인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2014년 2월 ‘한국영화 블랙박스’(941호)에서 ‘놀랍지 아니한가’라며 기대했던 바로 그 내용이 개정된 것이다.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영화근로자조합과 영화업자단체 및 정부를 대표하는 자는 영화산업의 진흥과 영화근로자의 근로환경 개선을 위하여 영화노사정협의회를 구성’할 수 있게 됐다. 표준보수지침이 운용된다. 근로계약을 제대로 체결하지 않으면 벌금에 처한다. 표준계약서 사용 여부에 따라 정부 지원에서 우대 또는 배제될 수 있게 된다. 특히 영화투자조합의 투자 결정 시 의무적용 대상이다. 임금체불의 경우 정부 지원에서 배제된다.
놀랍지 아니한가. 표준근로계약과 표준보수지침의 사실상 법적 의무화인 것이다. 그동안 표준근로계약서 사용에 대해 제작사와 스탭들이 상당한 거부감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이유로 표준근로계약서가 발표된 지 4년이 넘도록 적용은 지지부진했다. 제작현장에 전면 적용된 것은 CJ E&M의 투자 영화와 명필름의 제작영화뿐이었다. 하지만 이제 거부감만으로 회피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굳이 표현하자면 원천징수의 시대에서 4대 보험의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의 경험상 표준근로계약서의 제작현장 전면 적용에는 상당한 난관이 있다. 그러니 제작사나 프로듀서, 스탭 모두 이미 진행한 현장의 경험에 귀기울여야 할 것이다.
변화는 제작현장의 근로계약 문제만이 아니다. 영화 노사정협의회는 어떤가.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무려 ‘영화산업의 진흥과 영화근로자의 근로환경 개선’이 목적이다. 같은 법상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목적이 ‘영화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한국영화 및 영화산업의 진흥’인 것과 비교될 만하다.
이번 개정에 또 다른 중요한 사항은 영상위원회 설치와 운용에 대한 법적 근거가 확보됐다는 점이다. 그동안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 의존하거나 그마저도 없었던 열악한 상황을 일거에 정비할 수 있게 됐다. 또 하나는 영진위 영화상영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정확한 자료를 제출할 의무 규정 및 위반 시 과태료 처벌 조항의 신설이다. 이를 기반으로 영화발전기금 수납사무를 통합전산망으로 대신할 수 있게 했다. 통합전산망 자료 제출 요구에 대한 법적 의무를 강화한 셈이다. 좋다. 다만 영진위가 통합전산망을 지금처럼 허술하게, 부적절하게 운영한다면 법을 허무는 건 영진위의 예정된 역할인 셈이니 반가워할 만한 일인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영화 노사정협의회와 영상위원회의 법제화는 지금까지 법적으로 유일했던 영진위 이외의 영화 관련 공공 조직의 법적 등장인 셈이다. ‘정부를 대표하는 자’는 영진위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전제한다. 법적 독점이 무너진 것이다. 영비법의 개정은 영진위쪽의 협력적 경쟁, 경쟁적 협력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영진위가 심각하게 분발하지 않는다면 존재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