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단위 이야기에서 정서적 공감과 소재를 찾는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다보면 상속 분쟁이나 결혼까지 이르는 갈등을 부풀리려고 대가족을 끌어들이는지, 이미 낡아버린 대가족 설정을 지속시키기 위해 상속과 결혼 갈등을 반복하는지 아리송할 때가 있다. 어쨌거나 사람이 모여야 이야깃거리가 생기는 게 드라마라, 예전 같지 않은 가족의 영향력을 과장하면서 생기는 무리수가 빈번한 와중에, 생활고로 인해 부모 집에 얹혀사는 연어족이나 셰어하우스 형태로 유사가족을 이루는 드라마도 한동안 꽤 유행이었다. 결혼과 출산이 계속 감소하면서 서울시 1인 가구 비율은 27%에 이르렀고, 결혼 전까지 잠시 독립해 사는 정거장처럼 다루던 드라마 속 1인 가구의 삶 역시 수정되어야 할 때가 왔다. 그리고 이에 대한 가장 빠른 답을 내놓은 tvN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는 서울 도심의 오피스텔에서 정부 청사 이전으로 한국에서 1인 가구 비율이 가장 높아진 세종시로 무대를 옮기며 시즌2를 맞았다.
밥은 외식으로 해결하고 옷은 세탁소에 맡겨놓고 갈아입는 등 잠자리를 제외한 모든 생활의 절차를 외주화한 1인 가구 10년차 구대영(윤두준)은 보험설계사 특유의 친화력으로 시즌1부터 독립된 가구들을 잇는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오피스텔 이웃에게 영업도 하고 밥도 함께 먹고, 연애도 하는 드라마라고 하면 이 무슨 부담스런 판타지인가 싶지만, 대영을 중심으로 연결된 관계들은 혼자 사는 사람들의 안전과 편의를 목적으로 하며 짧은 주기의 이사로 언제든지 해소되는 느슨한 형태를 취한다. 또한 각자의 친구나 직장 동료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삶의 조건에 따르는 현실적인 갈등과 생활의 디테일은 보색 대비처럼 서로를 더 선명하게 할 뿐 결혼 여부나 주거 형태로 이상적인 삶의 모습을 재단하지 않는다.
이 와중에 세종시 주택가 낡은 빌라의 월세 세입자인 프리랜서 작가 백수지(서현진)가 고립되고 불안정한 생활의 유일한 탈출구로 결혼을 갈망하는 모습은 시대착오적이지 않은가 의문이 들 수도 있다. 분명 결혼은 현재와 다른 삶의 분기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결혼이 끝이 아님은 <식샤를 합시다>의 다른 1인 가구 여성 캐릭터들이 부연한다. 시즌1의 이수경(이수경)은 생각과 달랐던 결혼 생활을 일찌감치 청산하고 오피스텔에 입주한 1인 가구였고, 수지의 아래층에 사는 이점이 할머니(김지영)는 남편이 죽은 후 손자를 봐달라는 딸의 부탁을 거절하고 문화센터에서 소일하며 홀가분하게 사는 쪽을 택했다. 이혼이라는 또 다른 분기가 찾아올 수도 있고 평균수명이 긴 여자쪽이 혼자 노후를 보내는 삶이 별스럽지도 않다면, 혼자 사는 삶을 혼자 감당하지 않는 방법을 배워가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식샤를 합시다>는 그렇게 1인 가구간의 공감과 연대를 말한다.
+ α
낯이 익은 강아지인데?
세종빌라에는 미용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유기견이 드나든다. 뜨내기가 많은 도시에서 개나 고양이로 잠깐의 외로움을 달래고 이사갈 때 버리는 현실을 꼬집는 이 강아지는 시즌1에서 이수경의 애견 바라씨(체게바라를 줄여 부르는 이름) 역을 맡았던 바로 그 포메라니안이다. 수경이 입원했을 때 바라씨를 돌봐주던 오피스텔 이웃들처럼, 백수지는 해피, 이점이 할머니는 도그라고 부르며 밥을 챙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