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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상의 TVIEW] 엄마들이여 여기로 모여라

<엄마사람>, 타깃이 명확한 프로그램의 힘

주7일, 주당 최소 133시간 근무에 요리, 언어, 운전, 교육 등 다양한 자격이 필요함. 휴가는 없고 휴일에는 더 많은 업무가 주어짐. 연봉으로 환산하면 3천만원이네, 4천만원이네 하며 가끔씩 언론에서 언급하지만, 사회에서 동등한 노동력으로 인정되기는 아직도 갈 길이 아주 먼, 심신이 고단한 바로 그 직업.

‘격한 공감 엄마 예능’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tvN에서 방송되고 있는 프로그램, <엄마사람>은 바로 그 직업인 ‘엄마’를 다룬다. 세명의 연예인 엄마가 출연한다. ‘투투’의 황혜영, ‘쥬얼리’의 이지현, 그리고 ‘만능MC’였던 현영. 그들은 연예인의 모습을 벗고 화면에서 민낯으로 시청자와 만난다. 하지만 우리와 굳이 눈을 마주치려고 하지도, 감정을 공유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다만 그들의 아이들과 함께하는 극히 평범한 삶의 순간을 우리와 공유한다. 아이를 재우고, 씻기고, 유치원 보내고, 짬짬이 식은 국에 만 밥을 입에 옮기고, 가끔은 과도하게 행복한 표정으로 웃다가, 갑자기 숟가락을 놓고 흐느끼기도 한다.

철저히 ‘엄마’의 관점에서 프로그램의 시간이 흘러간다는 것이, 다른 육아관찰예능과 다른 점일 것이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엔,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는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삽입되어 출연한다. 이른바 ‘대표엄마’라고 지칭되는 시청자 참관단인데, 이들이 프로그램을 보고 있다가 적절한 시점에 자신의 공감을 멘트로 던진다. 밤 11시에 한 아기를 재우다 다른 아기가 ‘앵’ 하며 깨어나는 상황, ‘저 시간엔 보통 아빠가 없죠’라고 한 엄마가 다른 엄마에게 이야기한다. ‘울음소리만 들어도 내가 짜증나네’라는 다른 엄마의 코멘트가 이어진다. 마치 인터넷의 육아카페에서 보는 댓글놀이 같다. 하지만 이 역시 공감이라는 큰 틀에서는 이 프로그램을 인식시키는 중요한 장치로 작동한다. 간간이 이어지는 전문가의 인터뷰도 좋은 디딤돌이 되는데, 출산 후에 바보가 된 것 같은 기분인 ‘마미 브레인 신드롬’, 몸조리에 대한 속설 등을 전문가의 관점에서 조언해준다. 또한 당연히 제작진의 포석이겠지만, 세 엄마의 상황이 모두 각기 다르다는 것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아직 잠재우기도 힘든 쌍둥이의 엄마이자 맞벌이 워킹맘인 황혜영, 16개월 된 딸과 갓 태어난 아들을 남편과 함께 친정에 들어와서 키우고 있는 이지현, 그리고 ‘미운 네살’인 딸을 어린이집에 보내며 ‘뱃속에 있을 때가 가장 편하’다는 속설을 증명하고 있는 현영.

첫회 방송을 보면서 이미 흔한 육아예능을 어떻게 끌어갈 수 있을까, 잠시 제작진의 입장에서 고민에 빠졌던 것은 현재까지는 기우였다. 엄마가 아이를 키우는 곳에선 수천, 수만 가지 조합의 상황이 만들어지며, 그것은 또한 우리가 사는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엄마들만의 장소

지상파 3사가 TV 방송의 전부였던 시기는 이미 지난 지 한참이지만, 이런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면 새삼스레 ‘다매체 다채널’이라는 진부해져버린 용어를 실감하게 된다. 다소 거친 편집과 뻔한 음악, 효과의 사용이 계산된 것이라면, 정말 명확한 타깃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일 테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기존의 지상파 프로그램들에 비해 이곳은 엄마들이, 또는 엄마들만이 진정으로 공감하며 모이는 장소가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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