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조종국 <씨네21> 편집위원
서울시의 촬영 지원으로 한강대교에서 촬영할 수 있었던 영화 <용의자>.
지난 3월25일 서울시가 ‘서울시 영화 문화산업 발전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2018년까지 충무로에 아시아 대표 시네마테크를 건립하고 영화제작 전문 스튜디오 조성, 독립•예술영화 대대적 지원, 영화 촬영하기 좋은 도시 조성 등을 통해 서울을 아시아 대표 첨단 영화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직접 나서 ‘서울의 풍부한 인적•물적 자원에 대한 다각적 지원으로 영화산업 기반과 균형 있는 영화산업 생태계를 구축해 서울을 명실상부한 아시아 영화 허브로 만들겠다’며 청사진을 내놓았다.
서울시의 계획을 본 부산의 영화 관계자들은 머쓱해졌다. ‘부산은 쪼다 됐지 뭐….’ 서울시의 발표가 그동안 얼렁뚱땅 눈가림해왔던 부산의 실태를 방증하는 근거이거나 부산의 반면교사라는 자탄이다. ‘아시아영상문화중심도시’니 ‘아시아영화의 허브’니 하는 뜬구름 잡는 구호만 무성하고, 정작 실효성 있는 정책이나 지원방안 마련은 뒷전이었던 부산의 실상이 얼떨결에 들통난 꼴이다. 여태껏 부산시가 부여잡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부산 국제영상콘텐츠밸리 조성사업’도 썩은 동아줄이긴 마찬가지이니 말을 잇기 민망하다.
부산뿐만 아니라 영화계 전반의 움직임도 즉각적이다. 서울시의 발표가 있자 ‘이제는 서울’이라며 부산을 보고 있던 눈길을 반사적으로 거두려는 반응이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이다. <다이빙벨> 상영 취소 압력에 이어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사퇴 종용까지, 부산영화제에 흙탕물을 끼얹은 부산시의 행태에서 야기된 반감 탓이 크다고 한다. 다음은 부산의 오늘을 보여주는 에피소드 두 가지다.
지난해 11월, 부산시는 서병수 부산시장이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완다그룹과 영화•영상산업협력발전을 위한 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협약으로 ‘한•중 영화펀드를 조성해 부산이 창작인력 및 제작사, 배급사, 극장 및 영상 관련 기업을 아우르는 실질적인 영화제작 도시로 변모,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이건 좀 심한 ‘뻥’이다. 또 부산국제영화제와 2016년부터 열릴 예정인 ‘칭다오국제영화제’의 교류 방안을 모색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인 부산국제영화제와 부산영상위원회에서는 이런 일을 뉴스를 보고 알았다니, 해도 너무했다. 지난 1월 초, 부산시가 ‘부산 영화인의 날’ 행사를 추진한다는 부산지역 뉴스가 있었다. 다음은 방송기자의 리포트 한 부분이다. “(…)부산시는 이런 부산의 영화 파워를 십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오는 4월 시장 공관에서 부산 출신 감독 20여명과 배우 80여명 등 부산 출신 영화인 100명을 초대해 부산 영화인의 날 행사를 열 계획입니다.(…)” 서병수 시장이 부산영상위원회에서 주관한 시사회에서 <국제시장>을 본 후 나온 보도였다. 역시 부산시에서 일방적으로 내놓은 뜬금없는 계획이었고 물론 흐지부지되었다. 허명에 도취해 헛발질 몇번 하는 사이, 부산은 그나마 브랜드로 붙들고 있던 ‘영화도시’라는 이미지마저 순식간에 무색해질 처지가 됐다. 서울은 영화 관련 매출액만 부산의 16배, 생각보다 힘이 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