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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감독 인터뷰
2002-03-08

“왜 잠에 대해서 아무도 말하지 않지?”

지난번엔 라면이었는데 이번엔 강아지다. 만화적이고 작은 소재들에 마음이 끌리나.

인생 자체가 사소한 것들로 점철돼 있다. 잠을 가지고는 왜 거창한 얘기를 못하나. 얼마 전에 나는 구성연과 그것에 관해 얘기하기도 했다. 근데 이상하지 않나. 늦잠에 대해서는 말이 많으면서.

<연애에 관하여>나 <뽀삐>나 모두 실제 경험담 같다.

내 영화의 이야기는 모두 직간접적인 경험담이다. 그래서 직접 연기도 하고 싶으나 안 돼서 못 한다.

영화에서처럼 강아지의 죽음을 겪은 적이 있나.

물론이다. 아주 많이.

연출자로서 가장 욕심을 부리는 것은 무엇인가.

캐스팅이다. 이번에도 캐스팅하는 데 힘이 많이 들었다. 뭐 유명한 배우를 쓰기가 어려워 힘들었다는 건 아니고…. 누가 가장 이 캐릭터에 적합한 사람인가를 생각해내는 과정이 힘들었다. 김수현만 해도, 처음엔 여자인물로 되어 있었는데, 주변에선 나보고 직접 하라고 했다. 그러나 난 연기를 못 해 안 되고, 이후 계속 누가 적절할지 고민을 했다. 심지어 신은경이나 이영애도 생각해봤다. 예산 때문에 불가능한 것이었지만, 그래도. 그러다가 백현진씨를 생각하게 됐고 인물이 남자로 바뀌었다. 김수현 어머니 같은 경우도 처음엔 ‘김혜자라면 이 역을 할 수 있겠다’ 생각했었다.(이진숙 PD: 얼마나 다행이에요. 제가 알아보니까 그때 김혜자씨가 아프가니스탄에 가 계시더라구요. ) 결국 아줌마닷컴인가 하는 사이트에서 한 분을 찾았고, 그게 촬영 들어가기 불과 며칠 전이었다.

아마추어 배우들을 주로 썼는데, 그래도 캐스팅의 기준이 있을 것 같다.

조금만 보면 이사람이 배우를 할 수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있다. “여기 커피 한잔 주세요” 뭐 이런 간단한 대사 한번만 시켜봐도 말이다. 그런 테스트를 거쳐 말하자면 캐스팅을 한다.

주로 직접 촬영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에는 촬영감독이 따로 있다.

내가 주로 찍었지만, 잘 찍지는 못한다. 이번에는 잘하고 싶었고 그래서 촬영감독을 두었다.

독립영화감독으로서 충무로를 어떻게 보는가.

개인적으로 충무로에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저 영화로만 알 뿐이다. 나는 충무로에서 만들어지는 영화들이 독립영화들보다 더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완성도도 있고. 사회가, 사람들이 바보는 아니지 않은가. 정말 잘하는 사람들이 상업영화쪽에 있다고 생각하고, 그들이 투자여건이나 흥행면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고 있다고 본다. 물론 지금도 불만은 없지만, 그리고 이런 여건으로도 계속 불만 없이 영화를 만들 테지만 여건이 되면 충무로에서 영화를 만들 의향이 있다. 독립영화쪽이 더 일하기 자유로울 수 있다는 말도 있는데, 그건 이해할 수 없는 생각이다.

ESEC라는 프랑스 학교에서 영화를 배웠는데, 당시 어떤 학생이었나. 그때도 지금 같은 독특한 영화들을 만들었나.

나는 불어를 잘 못했다. 3년 반 있었지만. 친구가 별로 없었고, 주로 혼자 영화를 많이 보고 여행을 다니고 했다. 그 학교는 과제물도 별로 없었다. 당시 만든 영화는 영국에 있는 한국인 친구와 만든 뿐이다. 프랑스인을 써서 습작을 한 적은 없다.

두 배우, 구성연과 백현진을 비교한다면.

구성연은 말솜씨가 있고 탁월한 유머감각의 소유자다. 사고방식 자체가 재밌는 사람이다. 백현진은 구성연에 비해 조금 어둡다.

시나리오를 보면 구성연씨의 원래 말투가 그대로 들어 있다. 시나리오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나.

사전에 충분히 함께 이야기를 한다. 그러고 나서 내가 메일을 보낸다. ‘빈칸에 뭘 넣을까’, ‘그거 좀 써서 보내’ 이런 식으로. 그러면 다 알아듣고 자기 대사를 보내온다. 친하기 때문에 가능한 공동작업이다.

단편작업도 계속 할 것인가.

나는 가능하면 긴 얘기들이 좋다. 짧은 시간에 하는 것은 잘 안 맞는다. 특별히 단편을 선호하지는 않지만 단편에 어울리는 이야기가 있으면 단편도 할 것이다.

좋아하고 영향을 받은 작가가 있다면.

유학시절 펠리니, 베르히만, 카우리스마키를 좋아했다. 펠리니나 베르히만은 천재이지 않나. 창작적으로 열려있고 상상력이 있고, 경계라는 게 없어서 보는 이에게 문이 확 열리는 기분이 들게 하는 그들의 영화를 좋아했다. 우디 앨런의 <부부일기> 같은 영화도 좋고, 한국영화 중에는 <공동경비구역 JSA> <거짓말> <경마장 가는 길> <오!수정>이 좋다. ▶ 화계의 돌연변이 김지현 감독의 이상한 장편 만들기

▶ 김지현 감독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