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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ash on] 부모 세대의 아픈 기억을 위하여
정지혜 사진 오계옥 2015-02-05

<국제시장> 막순 역의 최 스텔라 김

한국전쟁 중인 1950년, 함경남도 흥남부두는 철수하는 미군 함정에 올라타 부산으로 가려는 피난민들로 아수라장이다. 지난 13일 천만 관객을 돌파한 <국제시장>의 주인공 덕수(황정민) 일가도 그 난리 통에 가족과 생이별을 한다. 어린 막순은 그때 잃어버린 덕수의 여동생이다. 훗날 덕수는 이산가족찾기 방송을 통해 미국으로 입양 간 막순과 극적으로 재회하게 된다. 성인 막순을 연기한 재미동포 2세 최 스텔라 김이 한국을 찾았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그녀가 한국영화에 출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출연 분량은 많지 않지만 그녀가 등장하는 장면은 <국제시장>의 감정선이 고조되는 중요한 부분이다. 그녀는 <국제시장>이 자신의 부모님이 겪어온 삶과 똑 닮았다며 영화에 대한 깊은 애정을 전해왔다.

-성인 막순 역의 배우를 물색하던 <국제시장>의 이종석 조감독이 당신이 출연한 유튜브의 짧은 영상을 보고 연락을 취한 걸로 안다.

=‘What kind of Asian are you?’라는 제목의 영상이다.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서구인들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비꼬는 내용이다. 한 서양 남성이 내게 “어디 출신이야?”라고 묻는다. 내가 “오렌지카운티에서 태어났고 샌디에이고에서 자랐다”고 답을 해도 그는 도통 믿지 않고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결국 내가 “내 할머니가 한국 분”이라고 하니 그제야 “너, 한국인이구나!”라고 말한다.

-어린 막순이 가족과 헤어지고 어떤 삶을 살았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성인 막순을 연기해야 했다. 캐릭터를 어떻게 이해했나.

=막순을 통해서 가족을 잃었던 상실감과 가족과의 재회가 가져오는 벅찬 행복감을 동시에 표현해야 했다. 막순을 이해하는 데 제일 친한 친구의 도움이 컸다. 그녀는 미국으로 입양 온 한국인인데 내가 시나리오를 보여주자 자신의 마음속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녀는 오랫동안 ‘자신은 누구이고, 어디서 왔는가’와 같은 질문을 하며 살았다. 막순의 마음을 조금 알 것 같더라.

-전체 시나리오를 읽고는 덕수의 가족사가 당신의 가족사와 많은 부분 닮았다고 느꼈다고.

=가족을 위해 희생해온 덕수의 인생사가 곧 우리 부모, 특히 내 아버지의 이야기인 것만 같았다. 아버지는 아주 어렸을 때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를 미워했던 양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열여섯살 때부터 가장이 돼 동생들을 부양했다. 돈을 벌기 위해 사이공(현재의 호찌민)으로 떠난 아버지는 그곳에서 어머니를 만났다. 당시 어머니도 그곳에서 일을 해 번 돈을 한국의 가족들에게 보내고 있었다. 두분은 미국으로 이민을 가셨고 그곳에서 우리 세 자매를 낳으신 거다. 내가 이렇게 내 인생을 즐길 수 있는 건 전적으로 그들의 희생 덕분이다. 평소 어머니와는 살가운데 아버지와는 거리감이 있다. 아버지께 고마운 마음을 담은 편지를 썼는데 (눈물을 보이며) 아직까지 드리지 못했다.

-미국에 계신 부모님도 <국제시장>을 보셨나.

=어머니는 보셨고 아버지는 곧 보실 예정이다. 이런 경우가 있었다. 미국 영화관에서 <국제시장>을 보고 나오는데 같이 영화를 본 할머니 한분이 나를 붙잡고 막 우시더라. 본인도 흥남부두에서 그 배를 탔고, 그 후 미국 이민을 왔다고. 그런 아픈 기억을 가진 분들에게는 이 영화가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극중 이산가족찾기 방송에서 덕수와 막순이 화상 통화를 하는 장면은 실제로 한 스튜디오 안에 한국과 미국 방송국 세트를 각각 만들어 동시에 촬영했다.

=나는 촬영 전까지도 배우 황정민을 몰랐고 촬영에 들어가서야 그의 얼굴을 처음 봤다. 황정민 선배가 감정을 그대로 살려서 가고 싶다고 촬영 전까지도 내 얼굴을 안 보겠다고 하셔서 서로 피해 다녔다. (웃음)

-앞으로 연기 활동을 좀더 할 생각인가. 이후 계획은 뭔가.

=연기의 기회를 좀더 잡고 싶다. 일단 미국으로 돌아가 결혼식 준비부터 해야 한다. 나를 <국제시장>에 출연하게 해준 유튜브 영상을 만든 친구가 내 예비 남편이다. 5월에 부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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