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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상의 TVIEW] 본방사수라는 어려운 목표

TV 앞에 앉은 이들의 반응을 관찰하는 예능 <작정하고 본방사수>

사촌동생 집에 갔다가- 내 입장에서는- 신기한 물건을 보았다. 구글의 크롬캐스트. 태블릿의 앱과 와이파이로 연동되어 앱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TV에 띄워 볼 수 있었다. 토요일 오후 6시5분에 맞춰 TV 앞에 앉을 필요 없는 세상은 이미 나도 나름대로 누려왔지만, 크롬캐스트나 애플TV는 또 다른 문제다. 그리고 앞으로 지상파 방송국이 어떻게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아가야 할지는 항상 고민인 과제이기 때문에 뭔가 새로운 플랫폼이 발견되면 본능적인 호기심이 발동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오싹한 감정도 동반된다.

오늘 이야기하려는 이 프로그램, <작정하고 본방사수>는 KBS2에서 2015년을 맞아 새롭게 선보인 프로그램이다. 일단 예능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다큐멘터리 3일>의 DNA를 살짝살짝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아무래도 ‘닥본사’(<개그콘서트>의 코너 ‘닥치고 본방사수’)를 떠올리게 된다. 이 프로그램의 본방을 사수하라는 프로젝트인가 하는 생각도 잠시 들게 된다. 일단 제목에서 가질 수 있는 느낌은 그렇단 이야기다. 그러나 막상 프로그램의 뚜껑을 열어보면 다양한 연령층과 직업군, 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TV를 보면서 반응하는 부분을 우리가 다시 우리의 거실에서 TV를 보며 반응하게 되는 관찰형 예능 프로그램이다. 통계에 따르면 무려 1200만명이 매일 TV를 보며, 프로그램마다 자신만의 창조적인 반응을 각자의 집 안에서 방송하고 있는 중이다. 그 반응에 카메라를 가져다댄다. 그리고 우리는 TV 안에 있는 그들에 대해, 다시 TV 밖에서 반응한다.

배우 김부선과 그의 딸인 배우 이미소 가족, 그리고 개그맨 장동민 가족. 이 두 연예인 가족을 중심으로 외국인 유학생, 노부부, 장모와 사위, 바리스타 세 자매 등 열 가족이 전파를 탄다. 소파에 앉아 깔깔대고, 냉소를 날리고, 잠들어버리는 그들을 포함해 우리는 다시 TV 안에서 그들이 보는 프로그램을 본다. 뭔가 뫼비우스의 띠 같기도 하다. 왠지 재미있을 것 같다. 하지만 포맷이 가져다주는 신선함과 재미로 한 시간을 끌고 가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제작진의 고민이 입체적으로 다가오는 지점이기도 하다. 일반인 여덟 가정을 도대체 어떻게 재미와 메시지를 입혀 세상에 내놓을 것인가, 내레이션의 비중은 어느 정도까지 사용할 것인가, 자극적인 소재와 잡기가 난무하는 정교하게 계산된 TV 속 세상에 나와 같은 일반인의 반응으로 어떻게 <작정하고 본방사수> 할 수 있게 만들 것인가. 물론 가족들의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재미와 의미를 만들어나가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야말로 비선형적 시청이 트렌드인 지금, 시청자에게 작정하고 본방을 사수하도록 하기 위해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진 않을 것 같다.

+ α

원조를 찾아서

이미 네 번째 시즌까지 제작한 영국 <채널4>의 <가글박스>(Gogglebox) 포맷이 이 프로그램의 뼈대다. 포맷을 수입했다는 말이다. 유튜브에서 찾아봤다. 다 알아듣지는 못하니까 그냥 쭉 틀어놓고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좀 재밌다. 영어공부하는 셈 치고 한번씩 찾아봐도 좋겠다. 그 나라의 문화와 국민들의 생각을 편하게 엿보기엔 꽤 좋은 틀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