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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주의 TVIEW]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추적자 THE CHASER> <황금의 제국> 작가 박경수의 <펀치>

SBS 월화드라마 <펀치>의 첫회. 새벽기차가 지나가는 요란한 소리에도 곤히 잠든 사내가 보인다. 철도 건널목 옆의 세탁소 살림집을 두드리며 다급하게 그를 찾는 목소리가 기차 소음에 섞여든다. “정환아! 정환아!” 검찰총장직을 노리는 서울중앙지검장 이태준(조재현)이 다른 이가 유력 후보로 거론된 조간신문을 들고 찾아온 것이다. 7년 전부터 이태준의 오른팔로 살아온 중앙지검 특수부 부부장인 박정환(김래원)은 바로 태준을 안심시키고 검찰 인맥을 동원, 후보를 협박해 사퇴를 받아낸다.

박경수 작가는 <추적자 THE CHASER>에서 사회 구석구석 불의한 거래가 성사되는 과정을 짚어가며 부조리의 내부를 들췄고, <황금의 제국>에선 위기마다 물러섬 없이 베팅하며 욕망을 확장하는 남자를 보여줬다. 거래와 대가의 면면을 집요하게 쫓을수록 이야기의 끝엔 필요를 만들고 대가를 지불할 수 있으며, 판돈을 크게 쥔 재벌 총수들이 혼자 남아 쓸쓸한 그림을 연출하곤 했다. 결국 세상은 그들과 그들의 대리인에 의해 돌아가리라는 자조와 낙담이 부산물로 남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주인의 자리를 넘겨받을 날을 꿈꾸던 남자의 6개월 시한부 인생을 다룬 <펀치>는 이를 극복할 수 있을까?

도박장에서 증거물을 얻기 위해 경쟁업장을 단속해주겠다고 거래하는 박정환은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한다고 주장한다. 그에게 이태준이 있다면, 이혼한 아내인 검사 신하경(김아중)은 법과 원칙이 신조인 법무장관 윤지숙(최명길)을 롤모델로 삼는다. 하지만 7년 전, 윤지숙은 아들이 병역비리에 연루된 것을 뒤늦게 알게 되자 검찰 개혁이 발목잡힐 것을 우려해 브로커의 민원을 들어주고 리스트를 확보했던 정환을 징계한다. 이는 정환이 이태준의 라인으로 갈아타고 ‘세상 바뀌지 않는다’는 세계관을 굳힌 계기가 되었다.

정환에게 뇌종양 수술을 해주는 대가로 제약회사와 얽힌 비리를 탕감해주길 제안하는 의사 등 <펀치>의 세계는 전과 마찬가지로 거래와 대가가 강박적이다시피 따라붙는다. 그런데 백홍석(손현주) 가족을 제물로 삼은 공모자들을 추적하고, 또 장태주(고수)의 욕망의 확장 실험을 위해 대부분 성사되는 거래와 대가들로 극을 끌어갔던 전작들과 달리 <펀치>의 불의한 거래들은 줄곧 실패한다. 초조함과 욕심, 불신이 개입하고 과거의 거래는 오늘 뒷덜미를 잡아챈다. 공안검사 조강재(박혁권)의 말처럼 “오물통에 짬밥 좀 담자는데 원칙은 무슨”인 아사리판은 “그 사람들이 무슨 말을 했든 그 약속 못 지킵니다”라던 신하경의 말대로 어그러진다. 돌고 돌아도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는 자조와 낙담을 반박할 마땅한 말이 떠오르진 않지만, <펀치>가 엮어가는 거래의 실패들은 멈추면 더 나빠질 세상을 이야기하는지도 모른다.

+ α

검사 양반 나부터 살려주시오

검찰 요직에 있는 정환을 수술하는 대가로 살길을 도모하려던 의사 장민석(장현성)은 정환이 깨어나지 못하는 동안엔 하경에게 재판을 봐달라 청하다 망신을 당하고, 의식을 찾은 정환에게 종양 제거는 실패했으나 약속된 무죄 판결을 받아달라 조르다 투명인간 취급을 당하기도 한다. 이기적인 냉혈의사 역을 소름 끼치게 소화하는 장현성의 연기 덕분에 무시당하는 상황의 구차함이 배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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