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히 보통의 여고생들이 무엇을 하고 여가시간을 보내는지(여대생에게도 없는 여가시간이 그들에게 만약 있다면 말이다)는 잘 모르겠다. 단지 빡빡한 고등학생 시절을 보내고 나서 입학한 대학에서도 과목만 바꾼 경쟁에 돌입해야 한다는 것만이 언론을 통해 그나마 알려진 정보다. 왕따, 조기유학, 스마트폰 중독, 자살… 이런 자극적인 키워드가 그들의 가장 깊은 속을 대변할 수 있는 것인지. 그리고 가장 민감하고 순수한 시기에 그들이 어떻게 스스로의 문제 앞에 자신을 반듯이 세워나가는지. 우리는 사실 잘 모른다.
JTBC에서 매주 화요일 밤 11시에 방송되는 <선암여고 탐정단>은 여고생들이 탐정단을 조직해서 학교에서 발생하는 여러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해결해나간다는 기둥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사건들은 하나같이 사회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서두에 언급한 조기유학이나 입시제도, 뇌물이나 학원폭력 등에 대한 다양한 담론을 상당히 깊고 묵직하게 다루고 있는 부분이 약간은 놀랍다. 그리고 초반부에 등장한 ‘무는 남자’의 기본 캐릭터는 하나의 고유명사화가 된 ‘바바리맨’의 스핀오프에 가깝다. 이렇게 전개된다. 정체불명의 젊은 남자가 선암 여고생들을 문다. 그리고 사탕을 입에 물리곤 사라진다. 성추행도 아니고, 살인사건도 아니다. 하지만 대상이 된 여고생들은 모두 다 특정한 연결고리로 묶여 있다. 무언가 성적인 코드를 가지고 있을 것 같은 이 변태적인 ‘무는 남자’는 돌고 돌아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에 안착하게 되는데, 그 연결하는 솜씨가 그리 가볍지 않다. 검증된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일까, 어디선가 많이 봐왔던 시트콤 작법이 난무하는데도 큰 거부감 없이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게 하는 매력이 있다.
가장 중요한 탐정단원은 다섯명이다. 대장, 감식반, 비서실장, 행동대장, 고문. 그리고 그 가운데 진지희가 연기하는 안채율이 있다. 1999년생이니 이제 열여섯살. <지붕 뚫고 하이킥!>의 그 ‘빵꾸똥꾸’만을 기억하는 분들에게는 좀 낯설 수도 있겠다. 그리고 아직은, 안채율이라는 옷에 딱 맞아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선암여고 탐정단>은 이제 막 출발선에 서 있다. 박하익 작가의 원작을 읽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아직 많은 이야기가 남아 있다. 다섯 여고생 탐정들의 ‘케미’와 캐릭터의 완성도에 대한 평은 아직 이르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고에서 벌어지는 탐정단의 활약이라는 상상만으로 이미 고등학생 시절을 훌쩍 떠나보낸 남자 어른이 보기에도 기분이 좋아진다. 상상, 이 두 글자가 우리 교육에서 가장 결락된 부분 아니던가.
+ α
닮은꼴 학원물
워낙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민족적 취향에 기반한 것일까. 학원물이나 탐정물에 관한 한 이웃 일본이 양과 질에서 모두 한수 위라 볼 수 있다. 비록 학원 탐정물의 그 범주는 아니지만 2005년 <니혼TV>에서 방영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노부타 프로듀스>가 떠올랐다. 왕따 당하는 여고생 노부타를 동급생들이 스타로 ‘프로듀싱’한다는 내용인데, 이지메라는 어두운 사회문제를 따뜻하고 열린 시각으로 접근해 풀어낸 성장물이다. 우리 사회에도 많은 노부타가 존재하고, ‘상상’은 이 드라마에도 여전히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