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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상의 TVIEW] 세상은 정글, 음악은 한방

<명탐정 몽크>가 종영되고 몇년이 지나서도 시선을 끄는 이유는

공중파에서 시간 맞춰 방송되는 외화가 낙인 시절도 있었다. 주제가도 많이 흥얼거렸고, 심지어는 <제시카의 추리극장> <전격 Z작전> 그리고 그 유명한 <맥가이버>등의 주제가는 지금도 생생히 기억이 난다. 둔감하지 않았던 시절이기도 했지만, 자극으로 뭉쳐진 현재의 세상과 다르기 때문이기도 할 거다. 이것도 봐야 하고, 그 집의 음식도 먹어봐야 하는 데다가 음악마저 ‘1분 미리 듣기’로 판단되는 2014년이니까.

그 2014년에 이 고색창연한 탐정 드라마를 보게 된 계기기 바로 주제가였다. 랜디 뉴먼의 <It’s a jungle out there>. 이봐요, 바깥은 정글이에요… 라고 해석할 수 있을까. 이 주제가가 흐르는 동안 샌프란시스코의 골든 게이트 브리지를 줌인하는 오프닝이 펼쳐진다. 제법 감성적인 도시의 풍경이 흐른다. 그리고 연이어 등장하는 우리의 무표정한 주인공, 탐정 몽크. 오프닝 화면만으론 정글과의 연계성을 찾기가 힘들다. 하지만 이어지는 가사는 드라마에서 몽크가 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축약한 듯하다. ‘사람들은 나에게 늘 걱정만 한다고 이야기 하지만 당신도 잘 생각해보면 나처럼 걱정하게 될 거예요. 그리고 당신이 그렇게 사랑하는 이 세상이 당신을 죽게 할지도 몰라요.’

2002년 7월 시즌1으로 시작한, 그리고 2009년 시즌8을 끝으로 종영된 <FOX> 드라마, <명탐정 몽크>가 우리나라 한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되고 있다. 한회 한회 독립된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고, 당연히 매회 사건이 일어나고, 몽크가 해결한다. 살인사건과 관련된 외화라면 지금까지 우리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마니악한 인기를 일으켰던 <BBC>의 셜록(베네딕트 컴버배치!)이 있었고, 지금까지 인기리에 방영 중인 <CBS>의 <CSI>도 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가진 가장 큰 미덕은, 몽크가 한 말과는 달리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단순한 플롯과 고전적인 카메라워킹, 비교적 쉽게 알아챌 수 있는 복선은 무려 탐정 드라마를, 편하게 즐기게 해준다. 최근의 작품인데도 20, 30년 전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화면구성은 화려한 CG와 패션모델 같은 주인공들이 활보하는 다른 드라마들과 확실한 차별점을 준다. 바에서 증인을 취재하면서도 옆 사람의 글라스에 담긴 위스키와 높이를 맞추려 마시지도 않는 술을 연거푸 시키고, ‘S’로 시작하는 생수 아니면 절대 마시지 않는, 수백 가지가 넘는 강박증을 가진 주인공 몽크의 좌충우돌은 왠지 따뜻한 웃음을 입가에 떠올리게 한다. 몇 안 되는 주변 인물들의 캐릭터도 에피소드 안에서 갓 오려낸 종이인형처럼 흔들리지 않고 제자리를 지킨다.

하지만 긴장감이 지나치게 떨어질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사건을 해결하는 몽크의 솜씨는 나무랄 데 없으며, 몽크의 갖가지 기상천외한 강박증은 천재적인 캐릭터가 가지는 흔한 자기 위장술에 가까우니까.

+ α

그 도시에 가고 싶다

세상은 정글 같다고 몽크는 외치지만, 이 드라마의 배경은 샌프란시스코다. 토니 베넷의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 마음을 놓고 온 바로 그곳이다. 크램 차우더가 있고, 기라델리의 초콜릿 하우스가 있고, 꽃으로 둘러싸인 롬바르드 스트리트가 있으며, 빠알간 케이블카와 소살리토가 있는 곳이다. 그냥 보고, 상상하면 된다. 내년 비행기표는 미리 예약하면 좀 싸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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