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조종국 <씨네21> 편집위원
백년하청이다. 올해도 대종상 시상식은 열렸고 여전히 뒷말이 무성했다. 이렇듯 수십년 동안 크게 다르지 않은 논란과 잡음이 되풀이되는 것도 한결같다. 어느 해는 심사가 공정하지 못하다고 욕을 먹었고 다른 해에는 돈 문제로 시끄러웠다. 그래도 대종상은 어찌어찌 명맥을 이어가고, 판을 아는 영화인들은 상을 받고도 머쓱해하고 멋모르는 신인들은 벅찬 감격에 젖기도 한다.
대종상 파행의 본질은, 말은 운영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이라지만 사실은 찌들 대로 찌든 이권 다툼에 가깝다. 게다가 이 이권의 양태가 좀 기형적이라 정리가 쉽지 않을뿐더러 관련자들의 복잡한 이해관계에 따라 이상증식을 계속하는 꼴이다. 이미 ‘상징성’만 남은 지 오래된 구세대 영화인들의 모임인 ‘~협회’ 이름으로 존재를 증명하려는 일부 원로들의 질긴 욕망의 그림자가 배어 있다.
대종상을 ‘정상화’해보려던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여년 전 당시 소장 영화인들이 대종상 사무국에 들어가 실무를 수행하며 심사와 운영 전반을 망라한 <대종상영화제 백서>까지 내놓는 등 의욕적으로 움직였으나 오래가지 못했다. 이듬해 다시 심사 불공정과 나눠먹기 수상 논란이 제기되고 백서 발간마저 취소되는 등 소동이 일었고 소장 영화인들도 발을 뺐다. 1996년에는 ‘<애니깽> 사태’(미개봉작에 작품상, 감독상 등 주요상을 몰아주었고, 사실상 미완성작에 상을 준 꼴이어서 영화계 안팎의 큰 반발을 샀던 일)를 겪으며 현업에 있던 대다수 교수와 평론가들이 나서서 ‘대종상개선투쟁위원회’를 만들었던 적도 있다. 꽤 아득한 회고담이다.
대종상은 이미 영화상으로서의 권위를 잃은 지 오래다. 수십년간 되풀이해온 파행과 민망한 드잡이의 흔적이 대종상의 민낯이고, 그 나름의 역사로 굳어졌으니 권위가 설 리 만무하다. 상이 존중받을 수 있는 절대 조건은 권위다. 내년이면 52회를 맞는 내력이, 한국영화의 전통이자 한국 영화역사의 산증인을 자처한다는 주장이 대종상의 권위를 담보하지도 않는다. 대종상이 이 지경이 된 데 대한 가장 큰 책임은, 필요할 때만 민간자율 핑계를 대며 수수방관한 문화체육관광부와 임시방편으로 봉합하고 모면하기 급급했던 영화진흥위원회에 있다. 해마다 시상식이 끝나면 삿대질하면서 비난하거나 조롱하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상이라도 하나 받겠다고 몰려가던 영화인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가 앞장서도록 등 떠밀고 영화계도 비상한 역할을 해야 한다. 만신창이가 된 대종상을 이대로 두고 보는 것은 불편하고, 외면하기도 낯간지럽다. 받고도 눈치보게 되는 상이라는 오명을 씻고 영화인들의 중지를 모아 권위를 회복하는, 대종상의 환골탈태를 기대한다(힘 있고 영향력 있는 감독, 배우, 제작자 여러분!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생각보다 훨씬 크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