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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블랙박스] ‘법’만으로는 부족하다

스크린 독과점과 독립영화 지원을 위한 영비법 개정안의 현실적 한계

글 : 최현용 영화산업전략센터 소장

지난 10월20일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이 대표 발의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있다. “복합상영관에서의 스크린 독과점을 막고 예술영화 및 독립영화를 연간 일정 일수 이상 상영하도록 함으로써 한국 영화산업의 건강한 발전경로를 모색하고, 한국영화의 다양성 증진과 관객의 문화향유권을 보장하려는 것”을 목표로 멀티플렉스에 의무적으로 독립영화, 예술영화를 60% 이상 상영하는 전용관을 운용하도록 한다는 것이 골자다. 2013년 기준 전국의 7개 이상 스크린을 가진 멀티플렉스는 278개 극장, 2072개 스크린이다. 법안대로라면 기존 CGV아트하우스나 롯데 아르떼와 같은 전용관을 제외한다고 하더라도 독립영화, 예술영화를 상영하는 200개 이상의 스크린을 추가할 수 있다. 대개의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는 100개 스크린 이상에서 개봉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기회가 될 것이다.

문제는 없을까? 무척이나 많다. 독립영화, 예술영화 지원정책이 이렇게 법적 강제로 가야 하느냐 혹은 다른 방안은 없느냐는 지적은 일단 제외하자. 그건 좀더 넓은 논의가 필요하니까. 첫 번째 문제는 역시나 돈이다. 일단 전용관을 의무적으로 운용하게 되면 의무적으로 지원을 ‘해야 한다’. 개정안에 포함된 내용이다. 지원이란 게 결국은 일반 상영관과의 좌석점유율의 차이일 테니, 그 매출 차액을 보전하는 것이 될 것이다. 스크린당 평균 164석이니 좌석점유율 차이를 10% 수준으로 계산하면 200억원이 넘는다. 영화진흥위원회 1년 예산이 500억원 수준이니 절반가량을 극장 지원금으로 쏟아부어야 한다. 가능할까?

두 번째 문제는 그곳에 공급할 수 있는 영화가 있을까다. 국내에서 제작되는 독립영화들과 수입 예술영화들이 그 대상이 될 것이다. 1억원 미만의 대가로 수입하는 영화들을 저예산이라 하더라도 몇 억원대의 제작비가 투자되는 국산 독립영화가 상대할 수 있을까? 물론 20%가 경감되는 스크린쿼터가 있으니 최소한의 설 자리는 있다. 하지만 역시나 막대한 지원금을 해외영화를 수입 배급하는 데 쏟아부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그렇다. 이 법안이 스크린 독과점을 막기 위한 방안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독립영화 지원방안은 아닌 이유가 이것인 셈이다. 그렇다고 지원을 하지 않으면, 아마도 영업의 자유 문제로 헌법소원에 걸리게 될 확률이 크다.

역시나 시장논리와 충돌하는 법이 갖는 모순들이 나오게 된다. 스크린 독과점을 제어하고 독립영화를 지원하는 ‘한방’은 없다. 거기에 한정된 공공예산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러하다. 좀더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적어도 독립영화가 만들어내는 영화 생태계에서의 다양성은 여전히 소중하니까 말이다. 이제 이 법안을 계기로 마이너쿼터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폭넓게 논의해야 한다. 이 법안이 영화계에 소중한 이유가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