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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블랙박스] 건강한 연대의 복원을 기대하며
조종국 사진 씨네21 사진팀 2014-11-17

<다이빙벨> 상영 논란 등 이슈에 한목소리 내기 힘들어진 영화계

글 : 조종국 <씨네21> 편집위원

세월호 특별법 제정촉구 영화인 농성장.

한국 영화계가 예전 같지 않다고 푸념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다. 제작은 물론 투자와 배급 등 영화산업 환경이 급격하게 달라졌다는 말 끝에 꺼림칙한 꼬투리를 단다. 수월했던 영화계 내부의 소통과 조정에 벽이 생겼고, 원만했던 토론과 협의가 때때로 난감하다는 것이다. 영화계 전반의 공공성을 강화하거나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른 처신이 팽배해 있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국제영화제 초청작으로 선정한 특정 작품을 자치단체장이 상영하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압력을 행사하는 몰염치에도 영화계는 잠잠했다. 부산시장의 발언에 거센 비난이 일었던 것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절대선이고 <다이빙벨>이 성역이어서가 아니다. 명색이 국제영화제에서 초청 상영작으로 발표한 특정 작품을 조직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이래라저래라 요구하는 것은 일반의 상식과는 거리가 먼 일이기 때문이었다. <다이빙벨> 파문으로 한창 시끄럽던 지난 9월25일 자정 무렵, 서울 광화문 세월호 특별법 제정촉구 영화인 농성장에서 어렵사리 영화인 대책회의가 열렸다. 상징성 있는 영화인이 부산시청으로 달려가서 부산시장의 발언을 규탄하는 피켓 시위라도 해야 한다는 주장에서부터 유야무야될 테니 관망하자는 의견까지 중구난방이었다. 사태를 보는 시각과 대처 방안에 대한 온도 차는 컸고, 겨우 성명서 하나 발표하는 것으로 어정쩡하게 봉합했다. 물론 후속 대응도 전혀 없었다.

며칠 뒤인 9월29일, 한 영화단체의 회원에게 긴급 회의를 소집한다는 문자메시지 사발통문이 돌았다. 그날 밤 9시에 부랴부랴 회원들이 모여서 했던 ‘긴급 논의’는 무엇이었을까. 곧이은 10월1일 오전 10시, ‘영화상영 및 배급시장 공정환경 조성을 위한 협약식’이 열렸다. 신임 장관,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과 영화계 여러 단체, 극장, 투자배급사 등의 대표들이 두루 모였고 문화융성위원회가 현수막 맨 앞에 이름을 새겼다. 그런데 이 협약에는 여러 영화단체와 발을 맞춰왔던 한국영화제작가협회만 쏙 빠졌다. 사실상 보이콧이었다.

위 두 가지 사례만 해도 최근 영화계 분위기를 어림짐작할 수 있다. 큰 영화의 스크린 독점 논란, 배급과 상영까지 아우르는 대기업 자본으로 만든 저예산영화에 대한 첨예한 공방, 메신저 그룹 채팅방의 세월호 게시물에 대한 제안 글에서 촉발된 감독들의 험한 말 공방, 영화계 맏형으로 두루 신임이 두터웠던 제작자가 대기업 투자사의 입장만 옹호한다는 불평까지 거침이 없다. 어떤 사안에 대해 하나같이 같은 목소리를 내고 공동보조를 취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다양성이 오히려 더 큰 힘의 원천이다. 영화계가 나름 건강한 체질을 가진 것은 소통과 교류, 조정과 협의가 원활하고 건강한 비판과 토론이 가능한 토양 때문이었다. 획일이 아닌 건강한 연대를 복원하는 것, 영화계의 또 다른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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