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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ash on] 이겼지만 계속 싸워야겠다
정지혜 사진 백종헌 2014-11-13

제한상영가 등급 소송에서 승리한 <자가당착> 김선 감독

2012년부터 제한상영가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김선 감독의 <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이하 <자가당착>)가 7월10일 대법원으로부터 제한상영가 최종 취소 판정을 받았다. <자가당착>은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로부터 두 차례(2011년 6월14일, 2012년 9월22일)나 제한상영가를 받았고 여기에 불복한 감독은 행정소송을 제기해 승소(2013년 5월10일)한 바 있다. 그 뒤 영등위는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고등법원에 이어 대법원 상고까지 이어갔으나 결국 패소했다. 김선 감독은 <자가당착>의 제한상영가 등급은 취소됐을지 몰라도 제한상영가를 둘러싼 싸움은 계속될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

-최종 승소한 소감부터 물어야겠다. =기분이 좋으면서도 씁쓸하다. 대법원 판결 이유도 고등법원과 같은데 당연한 싸움을 2년간 끌었다. 영등위에 분노가 치민다. 영등위가 대법원 상고까지 하는 걸 보면서 상영 금지하려는 의지가 강하고 정치 풍자를 두려워한다는 게 극명하게 드러났다.

-대법원 판결 이후 넉달 가까이 시간이 흘렀다. 영등위로부터 연락은 받았나. =지난주에 내가 먼저 전화를 걸었다. ‘어떻게 된 거냐, 왜 3개월 동안 아무 조치도 안 하고 있었냐’고 물었더니 답변을 주겠다고 했다. 마침 오늘(11월3일) 전화가 왔는데 내가 한 질문에는 답이 없고 대뜸 재심의를 하라고 하더라. 그래서 따졌다. 2012년에 내가 심의를 넣었고 그 결과가 부당하다는 판결까지 나왔는데 내가 왜 재심의를 해야 하냐고. 등급 신청했던 그때 그 시점에서 시작해야지. 재심의 받으려면 서류도 다시 준비해야 하고 심의료도 다시 내야 한다. 영등위가 등급 판정을 잘못한 건데 왜 내가 금전적, 행정적 부담을 다 떠안아야 하느냐고도 말했다. 2012년 등급 신청은 없던 일로 하자는 거냐, 했더니 그건 또 아니란다. 횡설수설하더라.

-재심의를 넣을 생각은 아예 없는 건가. =영등위가 이렇게 나오는데 재심의 못 넣는다. ‘제한상영가 취소해줄 테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라는 식이라 괘씸하다. 사과문을 받거나 손해배상청구를 하거나 어떻게든 마무리를 지어야 할 것 같다. 사실 이건 철학적인 문제이고 태도의 문제다. 영등위가 제한상영가를 내린 데 대해 조금이라도 반성하고 잘못을 인정한다면 대법원 취소 판결과 동시에 내게 ‘재심의하라’가 아닌 다른 대답을 내놓는 게 맞다. 그들은 사과할 마음이 없는 거다.

-이번 판결이 <자가당착>만의 승리가 아니라 제한상영가 철폐, 표현의 자유 보장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영화가 제한상영가를 받을 줄 누가 알았겠나. 그나마 <자가당착>이 튼튼해서 지금껏 잘 버텨줬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제한상영관을 만들거나 제한상영가가 없어져야 하는데 제한상영관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그리고 청소년 관람불가 이상의 등급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 시민사회나 어른들을 지나치게 우민으로 보는 거다. 제한상영가를 없애야 한다는 게 나의 기본 입장이다. 그래서 최근 제한상영가 영화를 예술영화전용관에서 상영하는 문제를 놓고 논의가 이어지는데 달갑지만은 않다. 영등위가 제한상영가를 남발할 수도 있다. 확 바꾸고 싶다. 아무쪼록 표현의 자유, 제한상영가 철폐, 영등위의 몹쓸 체질을 개선하는 데 <자가당착>이 일조하길 바란다. 개봉은 그 다음 바람이다. 개봉된다 해도 이 투쟁을 지속할 생각이다.

-긴 소송으로 피로감이 쌓였을 텐데도 여전히 뜨거워 보인다. =물론 나도 다른 일도 해야 하고 10개월 된 아이 목욕도 시켜야 한다. (웃음) 하지만 제한상영가라는 등급이 있는 한 제한상영가를 받는 영화가 생길 테고 등급 취소 소송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 후속 조치가 필요한데 이 부분은 사각지대다. 한국영화가 제한상영가 문제로 대법원까지 간 건 <자가당착>이 처음이니까 나도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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