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최현용 한국영화산업전략센터 소장
지난 10월16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유재중(부산 수영구) 의원실발 해프닝이 벌어졌다. 유 의원실에 따르면,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영진위 신사옥과 글로벌 영상센터 건립에 영화발전기금을 먼저 사용해 내년에 착공하고, 남양주촬영소를 매각해 상환하는 방식을 추진하는 것이 어떠냐는 유 의원의 질의에 ‘그렇게 하겠다’고 답변했다. 이는 부산과 정치권에서 그동안 요구해온 ‘영화발전기금 선(先)사용, 남양주촬영소매각 후(後)상환’을 정부가 수용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연합뉴스>)”.
그러나 속기록과 문화체육관광부의 해명에 따르면, “유 의원은 지난 7일 문체부 국감에서 ‘영진위 사옥 건립과 글로벌 영상센터 건립을 위해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종합촬영소 매각을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며 ‘영화기금을 먼저 사용해 내년부터 착공에 들어가고 매각되면 상환하는 방법도 생각해봐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고 이에 김 장관은 ‘예’라고 답했다. 유 의원은 ‘영화발전기금을 우선 차입해 착공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의견을 달라’고 요청했고 김 장관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변했다. 이를 두고 유 의원은 김 장관이 이 방식으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것처럼 언론에 확대해 설명했다(국제뉴스)”.
당초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부산으로 이전 계획을 세울 당시 부산종합촬영소 건립에 들어가는 비용은 400억원대 수준이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의 부산지역 공약으로 글로벌 인프라라는 촬영소 대규모화 계획이 반영되면서 총사업비가 2천억원대가 된 것이다. 문제는 글로벌 인프라 사업은 대통령 공약사항이기는 하지만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의 사업이라면 당연히 통과해야 할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조차 1년 이상 끌어가며 마무리되지 못한 사업이라는 점이다. 한마디로 수익성이 의심 가는 사업이란 얘기다.
더욱이 당연시하며 쉬쉬하지만, 영진위의 부산 이전과 더불어 당연히 이전하게 되어 있는 부산종합촬영소 건립과는 전혀 다른 사업이다. 다만 같은 공간을 대상으로 할 뿐이다. 영진위는 글로벌 인프라 사업을 영진위가 끌고 가야 할 공식사업으로 확정하지도 않았다. 그저 현 대통령의 공약일 뿐이다. 심지어 사업시행의 기초재원인 남양주종합촬영소 매각은 10여 차례에 걸쳐 유찰되고, 자산관리공사조차 인수를 포기한 상황이다. 한마디로 안 팔릴 것이라는 얘기다. 이 상황에서 영진위 부산종합촬영소도 아닌 글로벌 인프라 사업을 남은 영화발전기금을 꺼내서 시행하라는 얘기는 한마디로 영화인들의 쌈짓돈으로 건설사업을 하라는 얘기나 다를 바 없다. 영화발전기금 잔액이 이제 2천억원 정도이니, 먼저 꺼내쓰면 기금은 바닥나게 된다. 남양주종합촬영소 매각과 관련된 특단의 조치가, 글로벌 인프라 사업에 대한 정직한 논의가 절실하게 필요함을 느끼게 한 슬픈 해프닝이다.